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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Dec 25. 2023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곰의 아이(1)

엉엉 우는 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익숙한 인어울음이 아닌 우리의 울음에 당황한 요정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무리 속 곰 가면을 쓴 아이가 조심히 다가와 우리 뺨에 장마가 온 듯 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꿈 이야기를 물었다. 다정했다. 너무나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에 우리 눈에서 내리던 장마는 그새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근차근 꿈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는 자신을 곰의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먼 과거이지만, 저는 당신과 같은 곳에서 왔어요.”


우리가 살던 곳, 그곳이 현대화가 되기 전 먼 옛날이야기다. 신비한 몽환숲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기 전에 현실과 나란히 공존해 신비하지만 평범하게 보이기도 하는 숲이었던 시절말이다. 몽환숲 근처 마을들에는 숲에 관한 전설이 많고 실제로 신비한 일들이 일어난 곳이었다. 그 덕분에 자연스레 관광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축제도 여럿 존재했다. 곰의 아이는 축제를 즐기러 온 여행객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들과 여행 온 어린아이였다.


일 년 중 한번 커다란 푸른 초승달이 뜨는 초여름날. 신비한 기운이 강해져 숲뿐만 아니라 근처 마을에도 그 기운이 맴도는 날엔 숲의 요정과 동물들은 좀 더 자유롭게 마을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마찰들이 생겨났는데, 이를 막고자 마을 어른과 숲 대표 요정들의 합의 하에 그날을 평화의 날로 지정하였고, 서로 놀라지 않기 위해 한 변장들이 시간이 흘러 서로 그날을 즐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 같이 노는 축제로 발전했다. 곰의 아이는 곰 가면을 쓰고 가족들과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인지 요정인지 동물인지 마법 같은 힘 덕분에 구별이 안 가는 이곳에서 다 같이 노는 기이한 광경은 얼마나 멋지고 흥분되는가. 아이는 신나게 뛰어다녔다. 이곳저곳 노점들을 기웃 기리고 맛보고 놀았다. 얼마나 신이 났던지 가족들과 떨어져 멀어진 것도 몰랐다. 그저 신났다. 신나고 또 신났다. 행복했다. 원래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렇게 놀다 보니 축제날이 지난 지도 몰랐다. 그냥 자연스레 몽환숲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이는 가족들과 떨어진 사실을 깨닫고 돌아가려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처음 와본 숲길은 당연히 몰랐다. 씩씩했던 아이는 그래도 왔던 길을 생각하면서 해맑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는 길도 재미있었다. 처음 보는 꽃들과 요정들이 있었고 그들과 인사도 하며 가는 경험은 아이 생에서는 너무나도 커다란 사건이었다. 즐겁고 신기한 경험은 아이 발걸음을 점점 더 느리게 만들었다. 아이는 괜스레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걷다 아기 곰을 만났다. 아기곰은 몽환숲 요정과 같은 존재이기에 평범한 곰과 달리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이는 곰과도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설렜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둘의 대화에 불청객이 튀어나왔다. 꼬르르르륵….. 꾸륵…. 꼬르륵루구룩룩! 아이의 작은 배에선 천둥이 쳐댔다.


- “미안, 배가 너무 고파졌어. 정신없이 뛰어놀았거든. 그래서 밥 먹은 지 오래되었단 걸 잊어버렸어.”


아이가 소리에 대해 설명을 하자 아기 곰은 자신이 사는 마을로 가자고 했다. 아기곰은 아이에게 숲의 시간은 매우 이상해 엄청 느리게 가다가 숲밖 마을시간과 같이 흐르는 순간이 있더니 순식간에 시간이 갈 때도 있다는 걸 어린 자신이 설명하기엔 어려웠고 동시에 자신도 배가 고프던 차였다. 아주 잘됐다 싶었다. 어려운 설명은 어른들이 도와줄 테니. 배를 채우고 축제가 열렸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아기곰 말에 해맑은 아이는 함께 아기곰의 마을로 향했다.


- “손에 든 건 뭐야?”


아기곰은 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내심 궁금했던 거였다. 아이 손에 꼭 잡은 줄 위로 반짝거리는 커다란 초승달 풍선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 “숲엔 이런 거 없어? 푸른 초승달 마법 불빛이 들어간 풍선이야. 축제 때 팔던데. 너는 못 봤어? 축제 끝 작은 노점에서 팔길래 샀어.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어. 이거 마법이 깃든 거라 바람도 안 빠지고 언제나 반짝인데!”

- ”본 적이 없어. 우린 다른 요정들처럼 축제에 가지 못해. “

- “왜에?! 나는 요정들도 다 그날에 숲을 자유롭게 나올 수 있다 들었는데?”

- ”슬프게도 본모습을 숨기는 약초가 우리랑은 안 맞아서 먹으면 아파. 그대로 가기엔 우리 털은 아주 귀해서 우리를 잡으려는 아주 못된 사람들이 있어서 가면 안 된다고 어른들이 말했어. 그래서 용기를 갖고 가는 곰은 아직 없었어. 그러니깐 아까 말해주던 축제 이야기 더 해주지 않을래? 너무 궁금했거든! “


같이 대화하는 자체가 너무나 즐거운데 밥도 주고 돌아가는 법도 알려주겠다 말하는 아기곰에게 그 부탁이 그렇게 어렵겠냐면 흔쾌히 수락하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다 보니 곰의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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