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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Jan 02. 2024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곰의 아이(2)

곰 마을에 온 아이는 곰들에게 둘러싸여 맛있는 과일들을 먹으며 축제에서 있었던 일, 보았던 일들을 신나 떠들었다. 요정들에게 대충은 들었지만 인간아이에게 듣는 축제 광경은 좀 달랐다. 아이 시선은 작은 것도 커 보일 수 있는 시기이므로 이야기들은 다채로웠다. 곰들은 오래간만에 즐거운 일이 생겼다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인간이기에 경계하던 다른 곰들마저 순수함에 빠졌는지 어느새 아이 곁에 모여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곰 마을은 잠시 동안 축제 속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새롭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아이는 떠오르는 해를 보고 다시 가족들이 생각났다. 돌아가야 했다. 곰마을 수장인 곰은 오늘 안에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시간의 흐름이 바뀌어 여기는 지금처럼 시간이 흐르지만 숲 밖은 엄청나게 빠르게 흘러갈 거라고 했다. 그 말에 아이는 서둘러야 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있는 게 맞다 생각한 아이였다. 안전을 위해 아기곰과 다른 곰들이 가는 길을 함께 해주기로 하였다. 가는 길은 멀었다. 어느덧 하늘은 캄캄해져만 갔다.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놀란 곰들은 아이를 등에 태우고 도망가며 말했다.


- “사냥꾼이야. 오늘까지 시간이 같고 숲에 들어오기 쉽다는 걸 알고 온 거야. 위험해!”

- ”너희들은 아주 강하고 튼튼하다고 하지 않았어? 총알도 뚫지 못하는 거 아니야? “

- “원래 맞아. 우리의 가죽은 아주 튼튼해 그래서 아무리 날카롭고 단단하고 빠른 거라도 우릴 해칠 수 없어. 다만, 기억하니? 모습을 바꿔준다는 약초. 그 약초는 변신도 못하게 만들지만 무기에 즙을 바르면 우린 그냥 평범한 곰과 똑같아. 어느 순간 못된 사냥꾼 몇몇이 그걸 알아냈어!”

- ”너희를 왜 해치려는 거야? “

- “아까 말했던 거 기억나? 우리 가죽은 아주 튼튼하다고. 그래서 다른 요정이 전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높은 인간들에게 아주 비싸게 팔리나 봐. 그리고 우리가 죽으면 우리 눈은 보석으로 변해. 그 보석은 수호석 같은 거라 우리도 가족이 생을 다하면 다른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지. 아주 귀하고 아름다워. 그것도 탐내는 거야. “


작은 굴에 숨은 곰들은 사냥꾼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며 아이에게 소곤거렸다.


- “아이야. 미안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위험해. 네가 가져온 저 빛나는 것도 금방 들킬 거야. 너는 인간의 아이이니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저 밝은 걸 들고 가면 네가 보이니 괜찮을 거야. 대신 나의 수호석을 줄게. 미안하구나.”

- “아이야. 저리로 쭉 조금만 가면 숲 끝과 마을 끝이 보일 거야. 이제 우린 여기서 헤어질 시간이야.”


곰들의 말에 아쉽고 슬퍼 아이는 눈물이 차올라 당장 엉엉 울고 싶었다. 하나, 자신의 울음소리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단 것을 알기에 아이는 입술을 꾹 깨물며 차오르는 눈물을 묶어놓았다. 아이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곰친구들을 돕고 싶었다. 아이 머릿속은 힘차게 돌아갔다. 그리고 번뜩! 아이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곰들이 이야기해 준 사바나에 대한 이야기.


- “곰아. 곰아. 나 혼자 이제 갈게. 너희가 위험하지 않게! 나는 괜찮아. 그리고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부탁 들어줄 수 있을까?”


아이는 자신의 곰 가면을 흉측하게 망가트렸다. 그리고 숲에 있는 식물들의 날개를 꺾어 자신 등 뒤에 붙였다. 그리고 받은 수호석으로 한쪽눈을 가렸다.


- “난 이제 사바나야. 너희 나의 주변에서 곰 울음소리를 사방에서 들리게끔 만해줘. 조금은 무서운 울음소리로 말이야. “


사바나는 데빌리에 사는 나비형태를 가진 서큐버스 악마다. 눈을 바라보면 그 눈동자에 홀려 바로 악몽을 꾸게 만든다. 악몽은 스스로 악몽에서 벗어날 때까지 꾼다. 그 악몽은 지독해 웬만해서 죽을 때까지 깨어나기 힘들다. 그렇게 사바나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이곳은 데빌리. 사바나가 사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어둠 컴컴한 이 시간은 사바나 활동 시간이기도 했다.


- “나는 너희 말대로 인간 아이니깐 사바나가 아닌 걸 들켜도 큰일이 없을 거야. 조금 혼나고 오히려 숲에 끌려 나와 안전히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냥꾼들은 돌아가야 할 거야. 오늘 하루도 조그만 있으면 끝나니깐! 성공하면 사냥꾼들은 사바나가 무서워 당분간 오지 못할 거야. 소문이나 어쩌면 영영 안 올 수도 있어!”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아이에 곰들은 조금은 엉뚱하고 과연 성공할까 싶은 생각 들었지만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러든 저러든 도움 될 건 분명했다. 아이 말대로 하기로 결정하자 곰들은 주변으로 흩어졌다. 이윽고 괴이하고 무서운 곰들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곰 가면을 쓴 아이. 어두운 숲에서 작은 날개들이 달린 아이가 반짝이는 초승달과 함께 사냥꾼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가면 눈 한쪽에 박은 수호석은 초승달 풍선 빛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의 등뒤로 그림자는 아주 커다란 곰형태로 변했다. 커다랗게 변하는 그림자와 빛나는 눈, 기이한 울음소리와 날개. 사냥꾼들은 사바나의 형태가 늘 바뀌기에 정확히 알 수 없단 것을 알았다. 하나 알 수 없는 공포 울음소리와 빛나는 눈은 사바나를 연상케 했다. 혹 그게 아니더라도 신 혹은 이곳의 또 다른 곰요정일 거 생각했다. 축제기간이 끝난 시점에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아이가 숲을 돌아다닐 일이 있다는 걸 알 턱이 없는 사냥꾼들은 쉽게 속아 들고 있던 총도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곰들은 서서히 나와 아이에게 향했다. 곰들은 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아이는 웃으며 곰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수호석을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 “아이야. 이건 우리가 겁쟁이어서 너를 지키지 못하고 준거란다. 이건 우리가 돌려받을 자격이 안 돼. “

- “맞아. 이제 곧 해가 떠. 어서 돌아가렴. 넌 우리에게 영웅이야. 너는 언제나 우리 마을에 환영이란다. 혹여 네가 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수호석을 깨.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든 너를 위해 도우러 나타날게.”


곰들은 아이에게 고맙고 부끄러웠다. 작은 아이가 자신을 지켜냈기에. 곰들은 그런 아이와 좀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가족품에 돌아가야 했다. 곰들은 아이를 붙잡지 못했다. 아이도 떠나기 싫었으나 가족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아이는 그렇게 숲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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