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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Jan 08. 2024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곰의 아이(3)

아이와 곰들은 무사히 나갔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해가 어둠과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뜨고 있었다. 발을 떼고 나온 순간 자신이 아는 마을풍경이 아님을 한 번에 깨달은 아이는 당황스러웠다. 뒤돌아가기엔 숲 모습 또한 달라져 아주 평범한 숲으로 변해져 있었다. 뒤돌아 갈 수가 없었단 생각에 아이는 우선 가족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 ”우선 마을을 둘러보자. 그러면 뭐라도 알게 될 거야. 괜찮아. “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이는 마을을 돌아다녔다. 사람들 옷차림은 자신이 알던 차림과는 조금 달랐다. 옷 유행이 달라진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아이는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을 바라보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혜롭고 당찬 아이여도 아이는 아이였다. 결국 참던 눈물은 터져 나왔다. 아이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하나둘 멈춰 우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에게 처한 상황을 파악하다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얘, 엄마는 어디 있니? 다른 어른들은?”

- “찾으러 왔는데 여기가 어디가 어딘 줄 모르겠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거면 어떡하죠? 가족들이 이미 사라지고 없으면, 아니면 나를 잊어버렸으면….. “


아이에게 질문은 던진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안전부절하던 어른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마을관리소를 찾았다. 그리고 미아인듯하니 혹시 찾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 후 관리소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고 사라졌다. 이제는 새롭게 관리소 사람들이 질문을 하였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질문들이었다. 서로를 이해 못 하고 답답해하다 실종자명단을 혹시 몰라 찾아보는데 그 명단에 아이의 얼굴. 사진이 있었다. 샬프럿 아이 이름과 함께. 시간은 그 찰나에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져 있었다.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에 한걸음 달려온 가족들과 아이는 서로 모습에 또다시 당황할 뿐이었다.


자신의 마을과 집에 돌아온 샬프럿은 모든 게 어색했다. 친구들은 어느새 성장해 고등수업을 듣고 있었다. 키 또한 너무나 커버려 쳐다보려면 고개를 한참 꺾어야 했다. 부모님은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돌아왔기에 되었다 하였지만 그들 또한 어색함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들을 계속해 샬프럿에게 무의식 중으로 비추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그렇기에 샬프럿은 지금을 적응하려 애썼다. 마을에서 천재라고 소리 듣던 샬프럿이기에 금방 적응해 갔고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준까지 올랐다. 몸의 크기와 모습은 달라도 다정한 친구들은 샬프럿을 따스히 대했기에 숲에서 있던 기억은 희미해질 거라 믿었던 생각과 달리 알 수 없는 그리움은 공허함으로 변하였다. 주변 모든 이들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데 샬프럿은 숲에서 멈춰있었다. 즐거움이 생기지 않았다. 자유롭고 더없이 맑은 이들은 없어 보였다. 다들 삭막해져 갔고 자신들이 말하는 행복과 별개의 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변해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던 삶모습이 아니었다. 몽환숲에 대해 계속해 말하는 샬프럿에 대한 평은 점점 이상한 아이로 변해갔다. 그렇게 고립되어 갔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방 안에서 샬프럿은 자신이 무언을 원하는지 정확히 왜 그런지를 매일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 끝은 언제나 몽환숲이었다. 왜일까. 무엇이 그리 즐겁고 그리운 걸까. 그 하루가 이렇게 다른 하루들을 망치는 걸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 지낸 어느 밤. 밤하늘은 커다랗게 초승달이 떠올랐다. 샬프럿은 초승달을 보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신은 그 자유로움이, 어린아이 일 때 아는 즐거움이 자신 삶의 원동력이란 걸 깨달았다. 자신이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선 숲으로 돌아가야 했다. 곰이 준 눈보석이 초승달에 비추어 강렬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샬프럿은 눈보석을 들어 바닥으로 던졌다. 보석은 산산조각 나는 동시에 번쩍 주변을 볼 수 없는 강한빛을 내뿜었다.


눈을 뜬 샬프럿 앞에 그때 새벽 같은 풍경과 곰들이 앞에 있었다.


- ‘과거로 돌아온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속으로 생각하며 어안 벙벙해하는 샬프럿에게 곰들은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 “우리와 같이 살지 않을래?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평생 즐겁게 살게 해 줄게. 어린아이로 말이야.”


즐거운 게 너무 좋았다. 즐거움이 계속되길 바랐다. 순수한 즐거움이. 벅차게 그리웠다. 다시 사라진 자신을 찾을 가족과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샬프럿은 이곳에서 아이로 자신이 원하는 생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샬프럿은 곰의 아이가 되었다.


- “당신과는 다르겠지만, 제가 당신이 말하는 반짝임을 말하는 게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반짝임을 찾았다 생각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깐요. 분명 찾을 수 있어요. 그러니 울지 말고 자신을 찬찬히 바라보세요.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천사가 말한 답이, 당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 꿈속에 힌트가 있을지도 몰라요. “


우리와 같은 곳에서 왔다는 아이 샬프럿은 외관만 아이일 뿐 속은 지내온 세월만큼 많은 것을 아는 자처럼 말했다. 하나 우리는 샬프럿의 이야기가 그저 현실에서 도망쳐 온 것 같기도 했기에 그저 우는 자신을 달래려는 격려와 위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곰의 아이가 말해준 것엔 많은 힌트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한편으로 곰의 아이가 이곳에 돌아와 살아가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우리를 걱정한 요정들은 곰의 아이 다음으로 하나씩 자신의 이야기 혹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전해지는 자신들의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느새 카페 안은 따스한 이야기장으로 변해있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아까는 그리 서럽고 슬펐는데 지금 웃고 있는 자신이 웃겼다, 소풍 온 것 마냥. 우리는 요정들과 그곳에서 며칠을 보냈다. 슬프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요정들의 이야기들을 적기도 바빴다. 하나하나 정성껏 적어가면서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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