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_서설은
*
사실 무광회사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도람에게 첫 일터치고 꽤 과분한 곳이었다. 도람이 이곳에 오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그는 더 그렇게 느꼈다.
도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살던 마을의 학교에서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오던 도람은 인간 세상의 삶이 조금은 만만하게 느껴졌었다. 크지 않은 마을이었던지라 도심으로 나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 곳이었으니까.
도람이 무사히 졸업을 하고 인간 세상을 택한 뒤엔 학교에 이름이 걸리기도 했다. 도람만이 아니라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된 이들의 이름이 쭉 적혀 있었다.
도람은 우선 인간 세상에 나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방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한 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저곳 다녀본 뒤에야 도람은 자신의 몸을 누일 작은 공간을 그나마 적당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었다.
방을 구하고 난 뒤 도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잔뜩 적어서 높은 빌딩을 자랑하는 회사에 줄줄이 내보였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런 경험도 없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고, 번번이 거절을 당하기 일쑤였다. 인간 세상에서 아무런 일도 해본 적 없는 도람에게 세상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도람은 점점 초조해져 갔다. 도람은 어느새 높은 빌딩을 자랑하지 않는 회사에도 지원서를 내보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어디에서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자 그는 매일 밤 악몽을 꾸었다.
사람이 되지도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저 도깨비인 채로 다시 마을에 터덜터덜 되돌아가는 그런 꿈의 반복이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셀 수 없이 지원했던 무수히 많은 회사들 중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빌딩을 가진 한 회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무광회사에 지원하신 도람 님, 합격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안내 사항은 17일 5시 무광빌딩 5층에서 전달 드릴 예정입니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합격 소식을 듣게 된 도람은 이로써 그동안 꿈꾸던 어엿한 ‘사람’의 모습이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