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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Oct 30. 2022

도깨비불 4

4화_서설은

*

 도시에 나가기 전에도 도도의 공예품은 꽤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난 마을에 남아 있고 싶었어. 작은 유리공예 가게를 내고 말이야.”      


 하지만 큰 도시가 아닌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우선 생업을 이어가야 했기에 공예품의 판매량은 도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도도는 자신의 작품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픈 열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도도는 결국 인간 세상 행을 택했다고 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그녀의 작품들은 더 빛을 발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맘을 환하게 밝혀주는 공예품을 너도나도 구매하기 시작했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매출이 커지자 도도는 아예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대표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도람이 감탄하자 도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것보다도 내 작품이 누군가의 삶에 변화를 준다고 생각하면 그게 제일 기뻐.”      


 도도와의 만남은 도람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 세상으로 나간 이들이라곤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지 직접 만나 본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야 자기와는 조금 떨어진 이야기로만 들렸는데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도깨비가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눈에는 도도가 한없이 커보였다.     


 도람은 도도만큼 하고 싶은 것이 명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만큼 빛나기 위해 도깨비 마을은 조금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     

 시간이 흘러 졸업 시즌이 돼 도람에게도 도깨비로 마을에 남을 것인지, 바깥으로 나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선택의 시간이 왔다.     


 도람은 마을 속에서 그저 평범한 도깨비로 남는 게 아니라 자기가 우러러본 도도나 할아버지처럼 늘 꿈꿔오던 멋진 ‘사람’이 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싶다는 결론을 냈다.     


 물론 꼭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만 도람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한 번도 티 낸 적은 없었지만 그의 부모님 역시 그가 인간 세상에 나가서 이름을 알리는 것을 은연중에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도람은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픈 마음도 컸다. 특히나 가족 모임에 나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할아버지나 인간 세상에 나간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았고 그런 자신을 보고 덩달아 부모님들도 쓴웃음을 짓고 계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도람은 여러 가지 이유 속에서 인간 세상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도람의 마음이 굳자 부모님은 도람을 위해 멋지고 고급스러운 맞춤 가면을 제작해주었다. 도람은 한편으론 자신의 빛깔이 가려지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따뜻한 주광색으로 빛나는 자신의 빛이 싫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뜻한 주광색이든 차가운 하늘빛이든 마을 밖에서는 그저 흠이 될 것임이 뻔했다.     


 출근 전날, 그는 자신의 번쩍이는 얼굴을 가려 줄, 완벽하게 근사한 ‘사람’의 모습을 갖춘 가면을 쓰고 거울 속의 자신을 봤다.     


 ‘그래도 꽤 그럴싸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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