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_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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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 달 동안 그의 회사생활은 사회 초년생답게 좀 서툴렀다. 도람은 출근해서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의 매출을 모아 표로 정리했고 어떤 종류의 조명이 더 잘 나가는지 분석하고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분기별로 있는 회의에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었다.
말이 쉽지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었다. 회사 내에서 쓰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익히는 것도 한참 걸렸다. 업무적으로뿐 아니라 소소한 실수를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숫자를 착각해 열 배나 많게 인쇄를 하기도 하고, 직책을 헷갈려 상무님을 팀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더 소소하지만 어찌 보면 더 크게는 일을 가르쳐주고 있던 사수 보라에게 아메리카노를 쏟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곤욕이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일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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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실수들이 있을 때마다 도람은 스스로 날 때부터 다르게 생겨 먹어 그렇단 생각에 울적해지곤 했다.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도람은 실제로 사람과는 다르게 났다. 그러니까 도람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도깨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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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람 말고도 우리 곳곳에는 도깨비들이 살고 있다. 대체로 여러분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의 본모습을 숨기고 인간 세상 속에 꼭꼭 숨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지 않은 도깨비들은 도깨비들만 모여 사는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도람이 나고 자란 곳이 바로 그 마을이다.
어떤 유전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곳에 사는 도깨비들은 사람과는 다르게 제각기 알록달록한 불빛을 온몸으로 내뿜는다. 불빛은 한 가지 색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지문처럼 모두가 미세하게 다른 빛깔을 하고 있다. 불빛은 매우 밝고 다채로워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엔, 도깨비들이 정체를 숨기는 데에 서툴러서 종종 인간들에게 들킨 역사도 있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그 모습을 보고는 ‘도깨비불’이라고 부르며 그 존재를 두려워했다. 사실 요즘 와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도깨비 마을(그곳의 이름은 따로 있지만 보안상 ‘도깨비 마을’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에도 필수 교육과정이 생기고 교육과정은 날로 정교해져 도깨비들이 자신의 빛을 들키는 일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어린 도깨비들은 도깨비 마을에서 인간 세상의 규칙과 자신들의 불빛을 숨기는 법에 대해서 주로 배우게 된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12년이 지나고 인간 세상의 규칙을 모두 익혔을 때쯤, 도깨비들은 인간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살 것인지, 도깨비 마을에 남아 도깨비로 살 것인지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인간 세상에 나와 살기로 결심한 도깨비들은 사람이랑 꼭 닮은 모양의 가면을 맞추게 된다. 가면은 마치 도람이 어릴 적 즐겨보던 첩보 영화에 나오는 특수 변장가면처럼 생겨서 그들이 내뿜는 빛을 가려준다. 그들이 도깨비인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