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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Oct 30. 2022

도깨비불 1

1화_서설은

 도람. 도람은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꽤 그럴싸해 보이네.’      


 생각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니까 그의 모습은, 꼭 그가 어릴 때부터 동경해오던 사람, 같았다.


          


*     

 내일은 도람이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무광’이라는 이름의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회사였지만 도람에게는 나름 그 의미가 굉장했다. 자신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기적 같은 일이다, 라고 도람은 되뇌었다.          


 *     

 날이 밝고 약간은 멍한 상태로 도람은 눈을 떴다. 긴장되는 전날 밤이 으레 그렇듯 자리에 누워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 가동하며 밤을 지새우느라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어쩐지 마음만큼은 벅차올랐다.      


 그가 다니게 될 무광회사는 도심 한가운데의 무광빌딩에 위치 해있었다. 2층이나 되는 높은 고속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30분 정도 내지르고 나면 나타나는 번화가 속이었다. 그는 버스에서 내리며 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던 압도감을 떠올렸다. 자신이 살던 먼 타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높고 반짝이는 빌딩과 큰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 손에 커피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근사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였지.’     


 처음 느꼈던 벅차오름을 상기시키며 그는 회사의 문을 열었다.       

    

*     

 “도람 씨, 오셨네요!” 도람이 면접을 볼 당시 그에게 이것저것 안내를 해줬던 보라가 밝게 인사를 하며 그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도람은 쭈뼛거리며 최대한 정중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인사를 했다.      


 “어떻게, 늦지 않고 잘 찾아오셨네요? 팀장님! 도람 씨 오셨어요.”     


 팀장은 그를 반기며 말했다.     


 “어, 잘 왔네. 면접 때 잠깐 봤겠지만 여기는 우리 보라 주임. 앞으로 도람 씨 일 많이 알려줄 거야. 그리고 여기 성 대리, 그리고 이 과장. 어어, 인사해. 잘 지내보자고. 보라 씨, 여기 도람 씨 자리 좀 알려줘.”     


 팀장의 말에 보라는 그를 안내했다.     


 “이리로 오세요. 여기 탕비실이 있고, 차나 커피, 간식 같은 거는 여기서 알아서 꺼내 드시면 돼요. 이쪽으로 좀 더 오시면 우리 일하는 곳이에요. 자리는 여기. 저랑 성 대리님 옆이에요. 언제든지 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시고. 저도 자주 봐 드릴 테니까, 예. 앉으세요.”     


 ‘친절하지만 어떤 온기랄 게 전혀 느껴지지를 않네.’ 보라의 말투에 대해 도람은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자리는 딱 한 사람이 쓰기에 좁지도 넓지도 않았다. 자리를 확인하고 서랍에 짐을 두려 열어보니 목도리가 보였다. 낡아빠진 목도리였다.     


 ‘뭐야, 이건….’     


 아마도 전임자가 두고 간 모양이었다. 회사를 두고 이 목도리의 주인은 대체 어딜 간 걸까, 도람은 생각했다.


 치우기도 뭐해서 도람은 그냥 목도리 위에 짐을 올려뒀다.          


*     

 무광회사는 조명 회사였다. 그 중 도람이 맡은 업무는 조명의 판매 실적을 관리하고 어떤 조명이 가장 잘 팔리는지, 또 팔리지 않는지 분석해 보고하는 일이었다. 전임자가 주고 간 인수인계 자료가 있었지만 글과 사진 몇 개만 달랑 올라온 자료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몇 번을 고민하다 보라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업무는…?”     


 그녀는 도람이 말끝을 흐리자 잠시 인상을 쓰더니 금방 친절한 말투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내일 오전 중으로 전임자 오시면 저와 함께 구체적인 업무 사항 전달하는 시간 가질 거예요. 오늘은 일단 회사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하시고 계시면 돼요.”      


 도람은 어쩐지 모든 것이 너무 어색하기만 했다. 자신이 앉은 자리도 어색했고 웃기게 행동하는 스스로도 어색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도람은 곳곳에 놓인 근사한 조명들을 구경하는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조명은 눈이 아프도록 쨍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람은 하루 종일 어색함을 느끼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걸치고 있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쓰려져 생각했다.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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