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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Oct 30. 2022

도깨비불 6

6화_서설은


*     

 사람들 속에 어울려 살아가는 기분은 꼭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인간 세상에 속에 있을 때면 무대 위에 서 있는 듯 떨렸지만 또 그 속에서 진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도람은 일터라는 무대에서 매일 자신을 그럴싸한 모습으로 포장했다. 처음엔 포장된 모습이 근사하고 멋져 우쭐한 기분이었지만 작은 실수들에도 도람은 포장지가 벗겨질까 쉽게 전전긍긍하곤 했다.     


 시간은 흘러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도람이 처음 입사하던 계절과 같은 겨울이 돌아왔다.     


 일이 손에 익어도 여전히 새로운 실수들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모두가, 심지어는 친절하던 보라도 이제는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보통 이쯤 되면 익숙해져야 맞는 게 아닌가. 역시 내가 도깨비라서 별수 없나. 도람은 실수를 할 때면 습관적으로 자책하곤 했다. 맘에 들어 하던 자신의 주광색 불빛도 저주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그는 도도가 만들어주었던 자신과 닮은 색의 공예품을 만지작거리며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매끈한 감촉의 유리를 만질 때면 자신의 색을 저주하던 맘은 옅어지고 다시 이전처럼 자신의 빛깔이 따사롭게 느껴지곤 했다.      


 도람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가고, 일을 하고,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는 침대에 쓰려져 눕는, 매일 매일이 똑같은 날들에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롭고 재밌기까지 하던 일들도 도람은 슬슬 힘겨워졌다.     


도람은 점점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잊게 되었다. 도람이 좋아하던 회사 밖 도시의 빛나 보이던 근사한 야경도 어느새 생기를 잃고 시들해 보였다.     


‘그저 잿빛, 잿빛뿐이네.’     


아니 사실 도시는 변함 없이 반짝거렸다. 다만 도람의 주광색 빛깔이 서서히 옅어져 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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