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_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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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디선가 멀리서 조그맣게 도람을 향해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소리는 점점 커져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울지 마세요. 울지 마시고 저를 보세요.”
눈을 질끈 감았던 도람이 서서히 눈을 떴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또 점점 많아졌다.
“빛 때문이라면 괜찮아요.”
“울 필요 없어요.”
사람인 당신들이 뭘 안다고. 서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채로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올려 본 사람들의 모습은 이상했다.
“우릴 봐요.”
몇몇 사람이 제각기 다른 환한 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손에 가면을 든 채.
가면을 벗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모여든 사람들도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하나둘씩 자신의 얼굴에서 빛을 막고 있던 껍데기를 벗어냈다.
어느새 공원은 그 어떤 조명보다 더 다채롭게 반짝이게 되었다.
도람의 곁을 둘러싼 사람들, 아니 도깨비들은 빛나는 얼굴을 하고는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일이 있고 나서 도람의 눈에 잿빛으로 보였던 도시는 다시 빛을 되찾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높고 반짝이는 빌딩의 불빛 대신에, 도깨비들이 내뿜는 각기 다른 다채로운 빛깔로 가득했다. 그 어떤 도심의 야경보다도, 한가득 찬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