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_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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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그가 열심히 뛰어간 방향은 공원의 가로등 부근이었다.
쿵!
도람은 가로등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며 넘어지고 말았다. 아프고 당황한 나머지 도람은 그만 얼굴에서 뻗쳐 나오는 빛을 가리는 것조차 잊고서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아야야….”
그 사이 공원에서 놀던 한 아이가 도람의 빛나는 얼굴을 보고 말았다.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저 사람 얼굴에서 빛이 나!”
도람은 온몸에서 땀이 비처럼 흐르고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며 뛰는 것을 느꼈다.
“뭐야, 저 사람?!”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하나둘 모여들어 도람을 에워싸듯 다가왔다.
‘와, 이런 상황은 학교에서도 안 배웠던 것 같은데…’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빛을 숨겨줄 나무들도 사람들에 가려져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이제 자신은 끝났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내가 도깨비인 것이 탄로 나면 나는 인간 세상에서 영원히 추방되겠지. 아니, 거기서 멈추면 좋겠지만 나아가 마을의 수치가 되겠구나. 오랫동안 지켜왔던 마을의 비밀을 지키지 못한 꼴이 되었으니….
‘이제 나는 어디로도 돌아갈 수가 없네.’
도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슬픔과 두려움에 휩싸여 얼굴을 가린 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간 세상에서 충분히 우는 것뿐이었다. 내가 도깨비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괜찮았을 일이잖아. 그는 서러움에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길 한 가운데 주저앉아 꼴사납게 울고 있는 다 큰 어른의 주변으로 어느새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