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_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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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람은 집에 도착해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침대로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가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면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를 않았다.
도람은 당황스러웠다. 아니, 어제 술도 안 마셨는데. 그러고 보니 간밤에 어떻게 잠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늘 가면을 두던 가면 함은 거짓말처럼 텅 비어있었다. 그는 옷장도 뒤져보고 침대 시트도 걷어보고 겉옷 주머니 주머니마다 손을 넣어 뒤져봤지만 헛수고였다. 식은땀이 났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제 야근하고 회사에 두고 왔나?’ 도람은 급한 대로 어제 가져온 목도리를 얼굴까지 둘러매고 집을 나섰다.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를 뒤져봤지만 여전히 가면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도람은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두른 채 근무를 해야 했다. 동료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도람 씨, 안 더워?” 공환이 그를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제, 제가 목감기에 걸려서요!” 도람은 어설프게 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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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하게 근무를 마치고 도람이는 아침에 왔던 길을 샅샅이 둘러보며 거슬러 갔다. 매일 지나치는 깜빡이는 가로등을 지나 아침에 들러 커피를 샀던 카페도 기웃기웃 들여다보고 가로수 아래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빙그르르 둘러 찾아보았지만 가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퇴근길 내내 가면을 찾다 보니 어느덧 사위가 컴컴해졌다. 도람은 식은땀이 뻘뻘 났다. 답답함에 도람은 잔뜩 동여맸던 목도리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그러자 이번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 오한마저 들었다. 그는 당혹스러움과 절망이 뒤범벅된 감정으로 속이 메스껍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공황 상태가 되어 결국 다시 집을 향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내딛는 도람에게로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무방비 상태이던 도람의 목도리는 그에게 어떤 생각할 찰나도 주지 않고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악!”
그의 큰 비명에 놀라 사람들이 일제히 도람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도람은 일종의 생존 욕구로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자신이 나가는 방향도 모른 채 일단 냅다 마구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