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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유 Dec 27. 2022

찬란하라 중년이여

다시 찾은 꿈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불과 2년 전이었다.


여중 시절부터 재미로 써 본 시 몇 편과 쓰다 만 소설 한 편, 그나마 쓰던 일기도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면서 손을 놓게 됐으니 경력(?)이라고 해봐야 전무하지만.


여고 시절 인기가 많았던 동창 Y를, 3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였다.

Y를 좋아했다. 그러나 많은 친구 중 하나로 생각하는 Y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일기와 낙서 속에, Y를 별이라 부르며 애틋한 마음을 글로 대신했다.


Y가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씩 궁금하고 보고 싶었지만 세월이 갈수록 소식할 방법도, 연락할 명분도 찾기 어려웠다. 나이를 먹는다는 서글픔인지, 부쩍 학창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오랜만에 걸려 온 친구 전화에서 우연히 Y 소식을 듣게 됐다.


용기 내어 연락했고, 다행히 나를 기억했고, 어디에 사는지 자녀는 어떻게 되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30년 만에 연락하게 된 Y는 또다시 별이 되어 설레게 했다. 여고 시절로 돌아간 듯 풋풋했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톡으로 여고 추억담과 살아온 이야기 하느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심지어 새벽 3, 4시가 넘는 날도 있었다.

"꼭 천일야화 듣는 거 같아. 밤마다 네 얘기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지 모르겠어.

글 한 번 써보는 게 어때? 네 이야기엔 너만의 색깔이 있어.

학교 다닐 때 너 책도 좋아하고 글도 잘 썼잖아. 한 번 해봐. 아까워, 재능 썩히는 게."


 '뭐, 글을 써보라고?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뒤늦게 결혼해 남편과 아이를 위해 사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삶과 목표에 내 꿈이 더해졌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위해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다.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님을 느낀다. 글을 쓰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응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Y와 약속했다.

시간이 지나 더 주름진 모습일 때, 산과 강이 보이는 작은 집에서 나는 글을 쓰고, Y는 한 달에

한 번 신간 책을 들고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햇살 가득한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느긋하게 책을 읽다 낮잠 자도 좋겠다고.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고.


늦었다고도 생각했지만, 새롭게 시작한 글쓰기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간절하고 아름답다.

내 나이 중년, 찬란한 이름으로 불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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