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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유 Mar 14. 2023

응답하라 청춘이여. 5-1

파르라니 깎은 머리.

친근감을 주기 위해 반말 문체 사용하는 점 미리 양해드립니다. ^^




라떼는 말이야. 홍콩 영화가 한창 전성기 누리던 시절이었어.

내가 학창 시절이던 80~90년대는 비디오테이프를 쌓아놓고 볼 정도로 눈만 뜨면

홍콩 영화가 봇물 터지듯 새로 나왔지.

다 재미있었어. 천녀유혼, 영웅본색, 천장지구, 심지어 취권에서 강시까지.

성룡,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이연걸. 주성치, 왕조현. 장만옥, 임청하. 고 끝이 없다 끝이 없어. 

그 시 또래였다면 아마 좋아하는 홍콩 배우 한 명쯤은 다 있었을걸.


혹시 장국영이 속에서 애절하게 울부짖던 한국 초콜릿 광고 기억나?(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 얼마나 안타까운지ㅜㅜ) 그때 장국영 인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남녀 불문하고 짧은 머리라면 이 분 머리 스타일  본 사람 또한 없었을걸.


그래 맞아. 나야 나. 내가 사람이에요~


평소엔 5:5  주말엔 2:8 우울할 땐 3:7

가르마를 바꿔가며 최대한 높이 세우고 멋스러운 웨이브로 간지를 지. 근데 이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나에겐 최대 불만이자 가장 고민이 있었지. 그건 바로 좁디좁고 잔털 많은 내 이마로는 장국영 삘, 반도 못 따라간다는 거였어. 흑흑.


여고 2, 어느 날이었지.

무진장 졸렸어. 수업 시간 내내 밀려오는 졸음을 억지로 참다가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냅다 엎드렸어. 바로 잠든 것 같아.

깔깔거리는 주위 친구들 소리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엎드려 듣고 있는데 아니 글쎄.


"야야 진짜야. 내가 잡지에서 봤다니까. 잔털 밀고 양파로 문지르면 말끔해지고 그 자리엔 털도 안 난댔어." 

"겁나 쓰라릴 것 같은 나도 다리나 밀어볼까?" 낄낄거리는 수다 사이로

'뭐? 농담 사실이야?' 당장이라도 되묻고 싶었지만 순간 든 내 계획이 들통날까 계속 자는 척했지.


집에 오자마자 욕실로 달려가 아빠의 일회용 면도기를 찾았어. 그리고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올렸지. 아 좁다 좁아. 1평은 밀어야 할 것 같았어. 이쪽만 더, 저쪽만 더. 하다 보니 생각보다 땅이 넓어졌네. 에라 모르겠다. 집에 누가 오기 전에 얼른 양파를 찾았지. 예쁜 놈으로 골라 껍질을 까고 반을 잘랐어. 그리고 이마에 살포시 올렸지.

"아~~~ 악."  

꼭 불에 덴 것 같아. 아니 3도 화상을 과산화수소로 소독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완벽한 결과를 위해 꼼꼼하게 문질렀지. 매운 양파 때문인지 쓰라린 아픔 때문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 자면서 움직일 때마다 양파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 밤, 난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아.


다음날 넓어진 이마에 5:5 가르마를 하고 활기차게 등교했어. 교실 뒷문을 열고 어제 그 수다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려는데.


"야아! 자유. 너. 너. 너. 이마 밀었냐?"

"어? 어떻게 알았어? 앞머리로 싹 가렸는데."

"하하하. 문 여는데 어디서 해가 비추는 줄. 눈이 부시다 야."


에이 1:9로 할걸. 가운데가 벌어져서 티가 났나 봐.

이어진 S 한마디에 우린 발라당 뒤집어졌잖아.


"아, 시가 떠오른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그랬어.

거울을 보니 내 이마는 파래도 너무 파랬어.


                                                  <2탄에서 계속>




*장국영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수목미술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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