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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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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유 Nov 27. 2023

3. 불안한 마음이 현실로.

건강 염려증을 우려할 만큼 아빠는 병원 의존도가 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마음을 놓으셨다. 덕분에 당뇨, 고혈압, 지병 하나 없이 매일 경로당 다니며 엄마와 건강하게 생활하셨다.


매번 큰 병이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고 믿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아빠의 복통을 보고 처음엔 췌장암을 의심했다. 급하게 검사를 했으나 다행히 아니었다. 흉수와 복수가 차 있어 다른 장기들도 검사했지만, 쉽사리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은 6월에 찍은 영상과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 걱정이라며 조직 검사를 해야 정확하겠지만 아무래도 혈액 암(림프종) 같다고 했다.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림프종이라는 생소한 병명에 인터넷을 찾아보며 가족들은 깊이 절망하고 많이 울었다.


아빠는 건강 검진 한 번 빼먹지 않으셨고 조금만 불편해도 내시경이나 CT 촬영을 자주 할 만큼 병원과 친하게 지내셨는데 암이라니, 그것도 전신을 돌고 도는 혈액 암. 불과 한 달 전만 도 이상 없다고 했었는데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몇 명 방송인들이 이 암과 싸워 이겨낸 이야기와 신약 발전으로 완치율이 높다는 것이 한 줄기 희망이었다.


열흘 가까이 물 한 모금 드시지 못하고 매일 검사에 지칠 대로 지친 아빠는 그냥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여기 있다가는 없던 병도 생기겠다며 무조건 퇴원하게 해달라고 고집을 피우셨다. 아빠의 상태로 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교수님은 퇴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아빠는 완강했다. 아빠는 아빠 몸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 잘 알았기에 집에 가고 싶으셨던 것일까...

사흘 후 재 입원해서 조직 검사하기로 약속하고서야 퇴원이 결정됐다.


아빠의 체력 관리는 물론 옆에서 잘 다독이며 마음 편하게 치료받으시길 바랐다. 마침 아이들 여름 방학이 시작한 터라 이번엔 내가 상주 간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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