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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Jul 20. 2017

[연재소설] 저 너머의 하늘 #35.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불천의 물음에도 여인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연푸른색 상의의 넉넉한 소맷자락, 그 끝에서 뻗어나온 자그마한 손. 여인은 그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창가의 화분에서 솟아오른 이름모를 식물의 잎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답답함이 밀려온다. 잘못 들었을까? 아니다. 불천은 조금 전 자신이 결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답답한 것이다. 질서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발전해온 세계. 그곳에서 가장 존엄한, 모두가 우러러 추앙하는 존재. 그런 위치에 있는 이가 할 말로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말. 그래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인은 대답이 없다. 그녀가 계속 침묵을 지키자 참다못한 불천이 다시 묻는다.


“신 불천, 조금 전 하신 그 말씀을 다시 한 번 듣기를 청합니다.”

“……그녀를 그냥 놔두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 말인가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무례임을 알지만 다시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그대가 잘못 들은 게 아닙니다.”

“태황!”

“……”


버럭, 감히 언성을 높인다. 그래, ‘감히’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짓. 그 소리가 작지 않았던 탓인지, 여인은 아주 잠깐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가 다시 폈다.


“지금 그 말씀은, 근원계의 질서에서 어긋난 존재를 그냥 놔두라는 말씀이십니다. 정녕 제게 그리 명하시는 겁니까?”

“아뇨, 명하는 게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그대에게 뭔가를 행하라 강요하지 않아요. 그저  생각했던 바를 제안하는 것이고, 가능하면 그리 해달라 부탁하는 것일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제가 당신을 자청해 섬겨온 세월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이젠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당신께서 제게 하신 말씀은 늘 명령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강요하지 않았으나 그대가 선택했다면… 그 또한 하나의 답이겠죠. 그대 스스로 찾아낸.”

“……”


불천은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여인, 태황과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기에 딱히 이상할 건 없지만, 오늘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자니 자꾸만 힘이 빠진다.


“나는 그저, 질서를 명분 삼아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게 보기에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에요.”

“‘필요 이상’이라는 건 애매하기 짝이 없는 기준입니다. 분명치 않은 기준을 잣대로 놓은 채 질서를 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자 한다면, 그대의 말은 백 번이면 백 번 모두 옳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계는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필요로 해요. 그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밖에서부터 올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

“‘밖’으로부터 온 새로운 무언가를, 우리의 상식 안으로 끌어들여 맞지 않는 부분을 깎아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 상식의 울타리를 부수고 좀 더 넓혀서 다시 세우는 게 좋을까요?”

“그것이 진정 새로운 것이라면, 그리하여 정녕 우리의 질서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응당 제 울타리를 넓혀 받아들여야 함이 마땅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그녀는 소제가 어그러뜨린 규칙의 틈을 비집고 출발한 존재가 아닙니까?”

“하지만 중간에 노선을 바꿨지요.”

“……”


순간 불천은 말문이 막혔다. ‘규정 밖의 존재’에게 피습을 당한 영체. 정해진 법도대로라면 오랜 기간에 걸친 ‘정화’ 내지는 소멸 처분을 받아야 하는 중죄에 해당한다. 물론 그 사건은 개별 영체 입장에서는 도저히 어찌 해볼 수 없는 불가항의 변수였다. 그것만은 불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명부를 관리하는 이라고 해서 어찌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없으랴! 오히려 수많은 안타까움을 봐야 하는 자리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측은함’이라는 감정을 잘 안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이유로 정해져 있는 질서에 예외를 둘 거라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예외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예외는 허용할 수 없다. 이날 이때껏 불천이 믿어 의심치 않는 대원칙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항거할 수 없는 변수를 맞닥뜨린 영체는, 그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의지를 드러냈다.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와 심판을 받는 대신,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을 발휘해 본래 배정된 육체를 떠났다.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몇 차례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동안 수많은 근원계의 이목을 피해 숨어있었다. 아니,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 딱히 고의로 숨어있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대원칙 위반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로 새로운 방식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근원계 학자들 중 그 누구도 시도는커녕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방식의 영체 이동. ‘중간에 노선을 바꿨다’는 여인의 말은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일 게다.


불천은 겨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여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는 했다. 다만 그걸 받아들일지 말지는 개인 가치관의 차이다. 불천의 가치관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우성을 반복하고 있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여쭈었을 때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어긋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렇게 하시겠다고요.”

“...기억납니다. 분명 그리 말했었지요.”

“헌데, 지금 하신 말씀은 그때와 다르게 들립니다. 어긋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와 있는데, 그걸 붙잡기는커녕 방치하고 조장하라는 말씀으로 들린다는 겁니다.”


혼란스러움. 또는 원망. 불천의 음성에 담긴 감정 중 아주 조그마한 조각들. 최대한 자제하려 애써가며 말을 이어왔기에 그 정도였지만, 그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작은 조각일지라도 눈앞의 존재에게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또한 그는 잘 알고 있다. 어떤 형태의 조각이든, 눈앞의 존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결코 질책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대로, 여인은 별 대꾸없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 조금 전과 다름없이 식물의 가냘픈 잎을 쓰다듬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저는 그때 태황께서 뜻하신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말씀드렸고, 이제야 그 증거라 할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아니, 사실 증거라 할 것도 없지요. 제가 직접 그를 만나 넘겨 받은 것이니까요.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지금껏 영체를 억류해둔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 곳의 질서가 깨졌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요. 저는 많은 이들을 속여야 했습니다. 질서가 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덕분에 그 사실을 아는 소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미궁을 헤맸습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그가 만든 존재로부터 시작된 일과, 그가 개입해 저지른 일이 한데 엮여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규칙을 어질러놓았습니다. 그때 바로잡았다면 별 일 없이 끝났을 작은 상처가, 이제는 곪을대로 곪은 상황입니다.”

“......”

“생채기든, 중병이든, 어쨌거나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께서는 저더러 그 일을 하지 말라 하십니다. 제안이라고요? 가능하면 그렇게 해주길 바라신다고요? 제가 이것을 어찌 납득해야 합니까?” 


불천의 한바탕 열변을 묵묵히 듣고 있던 여인은 깊은 호흡을 한 번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그 기품있는 모습에는 당황한 기색도, 불쾌한 기색도 전혀 없다. 마치 불천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차분한 모습이다. 잠시 후 천천히, 조곤조곤, 그 기품있는 모습으로부터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처음 손상을 입었을 때, 그녀가 곧장 근원계로 돌아오지 않았던 건 분명 법도에 어긋난 일입니다. 벌해야 마땅한 행위였다는 건 나 역시 인정해요. 하지만… 그 뒤에 그녀가 시도해왔던 모든 일들은 규정 밖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참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후우......”

“그녀는 기억 누적 프로젝트의 대상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시작도 못해보고 끝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결국,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인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외람되지만 그건 태황의 생각이십니다. 제가 보기엔 그저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대로 돌아왔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을 테니까요. 삶에 대한 열망은 모든 존재의 무의식적 본능. 제 생각이 더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불천의 대답을 들은 여인은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불천의 의견을 경청해주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니요, 그대가 틀렸습니다. 그녀가 그저 본능에 이끌려 다니기만 할 존재가 아니었다는 건, 그대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데이터 시트. 그대가 제게로 가져와 봉인을 부탁했던 것이니, 마지막으로 본 것도 그대였을 겁니다. 그대는 데이터 시트 원본을 읽을 수 있는 존재이니, 분명 그냥 가져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틀린가요?”

“아……!”


여인의 지적에 불천은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영이 사라진 날 이후 가급적 빠르게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폐기 대신 동결보관을 결정했던 데이터 시트. 봉인을 위해 운반하던 그때, 마지막으로 봤던 시트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다른 영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유독 기억에 남았던 특성이......


[특이사항 : 본능보다도 앞서는 특정한 패턴을 보일 때가 종종 있음. 현재로서는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성적 사고, 또 그에 따른 자체 판단으로 추정. 단,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임. 이 현상을 하나의 규칙화된 패턴으로 간주하기에는 객관적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함.]


“......”

“있는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규정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 행위들, 결과적으로 근원계에 커다란 기회가 된 그 행위들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오늘 그대가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대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어떤 처분을 내릴 생각이었나요? 지금 그대의 말을 들어보니 본래 정해지지 않았던 모든 시도는 똑같이 질서를 위반한 걸로 취급해 처리했을 테지요?” 

“그랬을 겁니다, 분명.”

“항상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얻을 수 있을까요? 그대의 대답이 듣고 싶군요.”

“…감히 말씀드리건대, 지금 태황께서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계십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녀의 존재와 그간의 행적은 규정에 없었던 일. 하지만 기존에 규정되지 않았던 일이라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규정의 행간을 노려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겁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다 도리어 걷잡을 수 없는 혼돈만 야기할 수도 있음입니다.”

“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그대가 있으니까요. 그대를 돕는 다른 이들도 있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그대들이 힘을 모아 만들고 지켜온 것들은 분명 우러러 볼만한 업적입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그대가 알지 못했던 일이 없었고, 그대의 결정은 늘 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요행이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나는 그대가… 언젠가 찾아올 새로움의 순간을 위해 좀 더 유연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말씀은… 그간 제가 모든 일을 너무 엄하게만 처리해왔다는 뜻이십니까?”

“그렇게 들렸다면 굳이 정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서운하게 느낀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겠죠.”

“하하……”

“질서라는 대의 아래 그대가 무척이나 많은 일을 해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나는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거나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죠. 그 점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대가 더 위대한 존재가 되기를 늘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 순간을 완전한 것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대가, 그리고 다른 모두가 만들고자 했던 ‘거대한 질서’는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조곤조곤 말을 마친 여인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아예 몸을 돌렸다. 일반적으로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그러니 돌아가라는 것과 같은 의미의 행동. 하지만 불천은 알고 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은 결코 이런 식으로 축객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할말은 다 했으니, 이제 다른 할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무언의 표현이다. 불천은 시립한 자세 그대로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늘 생각했습니다. 처음 저를 찾아오셨던 그 날과 똑같다고, 정말 변함없는 분이라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당신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변화를 거듭하고 계셨군요.”

“그렇게 생각하나요?”

“네.”

“그렇다면… 그 또한 맞는 말일 겁니다. 가장 현명한 이여.”


말과 함께 여인은 살짝 미소를 띤 표정으로 불천을 잠시 바라본 뒤, 다시 화분으로 시선을 돌린다. 불천은 그 여유로운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좀 더 긴 말을 꺼내놓았다. 조금 전과는 달리, 한결 차분해진 음성이다.


“어긋난 것을 바로잡는 게 제 일입니다.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당신이 처음 저를 찾아와 부탁하신 일도, 지금껏 맡겨왔던 일도 모두 그것이었으니까요. 저는… 제 일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하세요. 나는 존중할 것이고, 또 지켜볼 것입니다.”

“이런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옳고 그름은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지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한 마디 보탤 수 있을 뿐.”

“...그렇다면… 혹시 야속하신 겁니까? 당신의 제안을, 부탁을 듣지 않아서?”

“내 흉내를 내고 싶은 건가요?”

“그럴리가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여쭙는 겁니다.”

“......글쎄요. 그건...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물음이군요.”

“......”


의미심장한듯한, 혹은 아닌듯한 문답이 끝난 뒤, 불천은 천천히 문으로 향했다. 방을 나서기 위해 손잡이를 잡으려던 그는 문득 멈칫하더니 다시 몸을 돌렸다.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를 향해 다시 말을 건넨다.


“만약…”

“......?”

“제가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한 뒤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깨끗이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태황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녀가 새로운 질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


대답은 없다. 하지만 불천은 여인의 뒷모습에서 그녀가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족스럽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리 생각하며 불천은 방을 나섰다. 올 때의 심각한 걸음과는 달리,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한결 가볍다.




이번 화는 다른 때보다 1페이지 정도 분량이 적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문서 기준) 이것도 사실 늘릴만큼 늘려서 채운 건데, 더 이상 늘리면 장면의 본질이 흐려질 듯하여 멈추기로 했습니다. 

다른 때처럼 애초에 두 개 이상의 장면을 서술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에피소드 전개상 중요하게 다루려고 처음부터 설정해놓은 부분이라서 독립된 한 화로 떼어놓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회차에서 이번에 빠진 분량을 더 채울까 합니다.

전체 연재작은 매거진 : 자칭 B급 판타지 소설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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