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젠 인정하려 합니다.
이 한 마디를 '인정'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편입니다… 라고 말하면 왠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혹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일까요? 음…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꼭 한 번쯤 묻고 싶네요.
한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지는 게 당연할 겁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온전히 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라는 게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하물며 '금방'이라고 표현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니… 아마 '금사빠'가 아닌 사람이라면 쉬이 공감하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이것조차 지레 짐작만 할 뿐입니다. 말했다시피 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라… 그 외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오해하실 수도 있어서 바로 잡자면, '금사빠'라고 해서 아무나 보고 혹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사람인 이상, 나름의 기준은 있거든요. 소위 말하는 '이상형'이라는 것도 물론 있지요. 구차하게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치마만 두르면 좋습니다'라는, 농담처럼 말하는 정도의 기준은 아닙니다. 그 기준에 의한 판단을 순식간에 마치고, '나도 모르게 금방 마음이 향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때가 많다는 겁니다.
2017년이 저물어 가는 시점. 이제 삼십 대 초반에 들어선 제 이야기를 하자면… 첫사랑부터 지금까지 대략 3~4명 정도의 '금사빠'를 경험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응답해준 사람은 없었죠. 그 와중에 3~4명이라고 어림잡아 이야기한 건, 그 중 한 명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의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말하는 저나, 듣는 여러분이나 딱히 서로 재미있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요.
그보다는 아주 조금, 더 흥미로울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2017년 9월.
최근, 아주 최근에 한 사람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이미 '금사빠'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궁색한 변명으로 대신하렵니다.
처음 만나게 된 날, 아니… 처음 연락을 주고받던 날부터 헤아려 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까지 고작 한 달 남짓. 직접 만나서 한 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눴던 횟수를 따지자면… 한 손, 다섯 손가락조차도 채울 수 없습니다. 오며가며 마주친 것 말고, 직접 대면하고 만난 자리를 헤아렸을 때 말이죠. 그게… 다입니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기에 충분한 경험이 없습니다. 물론 '남들의 기준'에 의하면 말이죠. 뭐… 애초에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거다!' 하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크게 구애받지는 않지만요.
그저 생각하기에, 그 사람이 남겨놓은 메시지 등을 봤을 때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면. 내게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불현듯 그 사람이 생각난다면… 그걸로도 '마음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에 나름대로 그걸 '사랑'이라 부르는 거고요.
처음 이 글을 쓸 때 써뒀던 제목은, "마음을 정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시작하고 혼자 키워가던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 혼자 정리하던 건… 슬프지만 꽤 익숙한 일이거든요.
사실 이 글은, 일주일 전쯤부터 쓰고 싶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슬쩍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왜 고백도 해보지 않고 접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글로는 담지 못할 이유가 있다'고만 답하렵니다. 뭔가 자꾸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래서 '게으름'을 핑계 삼아 계속 미뤄왔었던 거기도 하고요.
오늘, 우연히 술 한 잔 걸치던 중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사람 이야기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억지로 제가 끼워넣었던 겁니다. 자꾸 생각나는 걸 외면하기가 힘들어서요.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던 답답함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함을 꺼낼 용기가 없어 알코올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조금 늦게나마 마주해보려 합니다. 누군가는 '진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이의 푸념'이라며 비웃고 말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른 살 넘어 몇 년만에 찾아온 이 마음을 소중하게 대해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봅니다.
그 사람은 이 글을 볼 수 없을 겁니다. 아… 최근에 SNS를 연결할 루트를 만들었으니, '절대 못 볼 것이다'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네요. 하지만… 설령 이 글을 본다 해도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기 어렵기를 바랍니다. 당사자가 모를 때에서야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는… 비겁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키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 마음이… 아직 진행형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