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며 삽니다.
요즘 매주 챙겨보는 한 웹툰이 있습니다. 최신 회차를 보다가 왠지 아쉬워 첫 화부터 정주행만 몇 번을 하기도 했죠. (지금도 정주행 중. 몇 번째인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작가가 아내와의 연애 시절을 그린 웹툰인데, 틈날 때마다(사실상 매회마다)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곤 하는, 높은 수준의 염장질(?)이 포함된 작품입니다. 아마 웹툰 좀 보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지 않을까 싶네요.
시니컬한 척하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싫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매주 챙겨보고 새삼 몇 번씩 다시 정주행 할 이유도 없겠죠. 굳이 싫은 소리 해가며 싫은 일을 하는 취미는 없으니까요.
예전의 삐딱한 저였다면, 아마 곧이곧대로의 삐딱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성격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웹툰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런 경험은 결코 모른 채 살고 있었겠죠.
이 웹툰을 보며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어... 작가님처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요. (인터넷 검색으로 대강 알아보니 작가님 아내분이 저보다 한 살 어리시더군요. 허허허...)
바로 '서로 존댓말을 쓰며 사는' 겁니다. 웹툰을 쭉 보다보면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도 나오는데, 바로 그 이유가 마음에 와 닿았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감조차 잡을 수 없습니다만, 언젠가 저도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면 아내에게 기꺼이 존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상상만 해볼 때는 도무지 어색해서 과연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님의 이유가 인상 깊은 것도 있지만, 저에게는 작가님과 다른, 철저히 이기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제 술버릇 때문인데요.
평생 술을 완전히 끊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은 저인데, 문제는 술을 먹으면 쉽게 들뜨는 성격이라는 겁니다. 평소에 소심하고 조용한 편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취기가 오르면 다소 과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고쳐보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술 기운을 빌어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경향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다소 심한 말도 하곤 하죠.
하지만 적어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 제가 사랑할 사람, 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아야 할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사는 거라지만, 술 기운을 빌어 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실수는... 결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는 형님 중 한 분이 그러더군요. "평소에 서로 존댓말을 하게 되면, 아무리 화가 나거나 해도 반말을 하는 선에서 끝나게 되더라"고요. (정주행 하다가 보니 웹툰에도 나오는 내용이더군요.)
존대를 기본으로 하면 술에 취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랄까요. 일단 정신은 남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지금보다 주량을 더더욱 줄여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혼자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여기까지 쓰다가, 갑자기 '현타'가 왔습니다.
에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어차피 지금은 혼자고, 어디서 누굴 어떻게 만나야 할지 방법도 모르겠는데. 하... 하하... 웃퍼집니다.
혼자 있고 싶으니 다들 그만 뒤로가기 눌러주시죠.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