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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연습

by 이글로

참 오랜만이었죠.


그만 멈춰야겠다는 다짐이 실패한 뒤로도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마음을 짓누르며

한동안을 보냈으니,

정말 오랜만이었네요.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을 앞에 두고,

왜 그리 말을 많이 했던 걸까요.


눈가에 선한 얼굴,

귓가에 앉은 음성,

자꾸만 떠오르게 만드는 그 손짓까지,

하나하나 마음 속에 움켜쥐고 살았으면서…


정작 현실을 앞에 둔 그 날은,

눈길 둘 곳 하나 찾지 못한 채

쉴새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듣고 싶은 말이 많았던 만큼.

그랬을 텐데,

분명 그랬을 텐데.


지나고 나서야 계속 후회가 되네요.

그래본들 그 시간이 되돌아올 리 없지만

지금 후회라도 하지 않으면

더 큰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미안했어요, 정말.

다른 변명은 하지 않을게요.

듣는 연습을 더 할게요.


같은 실수를 또 하지 않게.

같은 후회를 또 하지 않게.


듣는 연습이 필요하네요.

지금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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