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 속 '과거'들은, 혼자만 기억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SNS를 주구장창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을 참 열심히 했었죠.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 혈기 넘치던 감정적 표현,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까지… 머리로,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결과들을 훤히 드러난 공간에 적곤 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페이스북이 보여주는 '과거의 오늘'을 챙겨보는 게 하나의 고정 일과가 됐습니다. 몇 년 전 이맘 때쯤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에 관한 글조각들. 그것을 들여다 보는 짧은 시간 동안,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간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는 뜻일 테죠.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몇 년 전 오늘, 나에겐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과거의 나(때로는 다른 사람 같기도 한)와 마주하고 비동기 채팅을 주고 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썩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부터 '공개범위 수정'을 눌러 글들을 비공개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과거의 오늘'을 비공개로 바꾸기 시작한 것도 얼추 1년 정도가 돼 가는 듯하네요.
평소보다 꽤나 늦은 시간, '과거의 오늘'을 비공개로 바꾸며 두 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하나는 어리석었다 반성은 하더라도 부끄럽다 여기지는 말자는 것.
비록 설익었을지언정 그땐 그 생각들이 최선이었고,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으며, 나름대로 깊이 있게, 또 진지하게 생각하며 썼던 글이라는 걸 저 스스로는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금, 그 시절의 생각이 부족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좀 더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낫겠지요.
다른 하나는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
누군가는 '인생낭비'라며 날선 비판을 날리곤 하는 SNS지만, 거기에 들이부은 시간이 분명 적지 않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 시절의 저는 그게 재미있었고 즐거웠으니, 혹시 언젠가 다시 피어오를지도 모를 한 떨기 후회마저도 사뿐히 즈려밟으려 합니다.
다만, 뒤늦게 그 모든 흔적들을 비공개로 바꾸는 건,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그 시절의 저를 스스로만 기억하는 게 좋겠다는 아집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과거의 발자국들을 혼자만의 기억으로 하나씩 묻어갈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온전히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세상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머물기 위해 애쓸 겁니다.
가상의 공간에 비하면 좁고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풍부한 감각과 감상이 넘치는 곳.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삶에 단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들이 모여 있는 세상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