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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Feb 13. 2023

어려운 길

걷다가 걷다가 보니 그런 길을 지나왔더라

어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삶이란 얄궂고도 가혹하다.

어려운 것을 완전히 외면하고는 살 수 없게 하니까.

살다 보면 어려운 선택지를 마주하기도 하고,

어려운 길임을 알면서도 구태여 그 길을 선택하게 되는 때도 있다.

쉬운 것을 원한다 해서 삶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

현실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려나.


서른 중반을 넘어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

새삼스레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어쩌다 보니 남들이 어렵다 말하는 길을 꽤 걸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뤄냈다' 내세울만한 건 없지만, 특별히 후회스러운 기억은 없다.

매 순간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한 것들이 더 많았으니까.

가끔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긴 한다.

그 정도면 딱히 후회는 아닐 것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미련' 정도이려나.


어려운 길을 걸어와,

어려운 지점에 서서,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매번 내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건, 타고난 천성일까? 아니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미숙함일까?

"잘 쓴 글이란, 어려운 주제도 쉽게 전할 수 있는 글."이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 미숙함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안 그래도 어려운 세상, 어려운 삶을 풀어헤쳐 조금이나마 쉬운 말로 다시 엮어내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길.


고단한 일이다.

내가 선택했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했으니,

억울할 것도 없고 누굴 탓할 일도 아니지만,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그러나 별 수 있나.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으니,

더 부지런히 쓰며 나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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