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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2022
의심할 줄 안다는 것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을 느낀 어느 날의 독백
흔히 '
정보는 곧 권력'이라고 말합니다.
조금 말랑말랑하게 표현하자면,
'아는 것이 힘이자 무기'
정도가 되겠군요.
남들이 모르는 뭔가를 안다는 것.
과거에는 그것이 곧 권위가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라고 해서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불과 30년 정도 전만 해도 그랬으니까요.
이걸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의 세상.
저 역시 그 시절을 살았습니다만,
꼬꼬마였던 시절이라
가물가물
합니다.
그래도 기억나는 거라면,
그 시절에는 뭔가 모르는 게 있으면 '주위의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곤
했다는 겁니다
.
뭐, 기억이 나든 안 나든 간에,
사실 그것 말고는 별도리가 없던
시절이었지만요
.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습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든,
이런 세상에서부터 삶을 시작한 사람이든,
모두가
매일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살고 있죠.
덕분에
이제 '몰라서'라는 말은 '귀찮아서', '관심 없어서', '겁이 나서' 등과 비슷하게 취급되곤 합니다.
정보가 골라 담아야 하는 '상품'이 된 세상.
없어서 못 먹던 시대,
있으면 일단 먹고 봐야 했던 시대로부터,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
건강을 위해 안 먹거나 절제해야 하는 시대로 변한 것과 비슷한 구도일 겁니다.
아무튼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부터 합니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에 대한 수많은 답을 보며,
적당히 마음에 드는 결과를 고르곤 합니다.
과거 '잘 알 것 같은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듯 말이죠.
그것이 분명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말입
니다.
주위의 사람에게 뭔가를 물어보면 어떨까요.
보통
알면 알려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기 쉽습니다.
필요하다면 적당한 대가를 받고 알려주기도 하죠.
모르는 걸 아는 척해봐야 오래지 않아 들통나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소문이 나게 마련이죠.
사소한 것 하나로도 평판이 달라질 수 있고,
인간은 평판에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속이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는
사람'에게
솔직 담백하기
쉬운 이유일 겁
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릅니다.
얼굴도 모르고, 몇 살인지도 모릅니다.
뭐하던 사람인지, 지금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명성과 권위를 가진 분들의 글도 많습니다만,
아닌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들이 만든 이야기들이,
곳곳에 자연스레 흘러다닙니다.
불특정 다수가
쓴 결과들이,
불특정 다수
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는 세상.
물론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솔직히,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글 하나 쓰면서
큰 의미를 두거나 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요?
(공신력 있는 매체나 학술지 같은 곳에 기고한다면 다르겠지만요.)
당장
저만 해도 이
글이 누구에게 닿을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늘 '속을 위기'에 노출되곤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가벼운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니까요.
물론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저촉될 만한
거짓이나 조작이 아니라면요.
문제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데 있습니다
.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을 좋아합니다.
누구나 내 생각과 같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듣기에
좋은
말이라면,
내 생각과 같은 이야기라면 슬그머니 호감이 갑니다.
단지 '좋은 게 좋아서'라는 이유라면 괜찮습니다.
그저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까닭이라면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라고 해주신다면,
'생각해볼 만한 거리'라고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지식이라 부를 만한 것이
필요해서라면,
사실인
지
허위나
조작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라면,
의견을
정립하기
위한 근거를 찾고 싶어서라면,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려서는 곤란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봐야
마땅한 일입니다
.
읽고 믿는 자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니까요.
정보의 물결을 흘러 다니는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내게
이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을 리 없습니다.
내게 도움이 되기 위한 것들만 있을 리도 없죠.
(
오히려 속이려 할 가능성이 더 높을걸요.)
그러니
부디,
보이는 그대로 믿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음 한복판에 늘 '의심의 필터'가 살아있길 바랍니다.
('배배 꼬아서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스스로
좋을 대로만 믿어버리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 세상만을 보는 사람들보다,
세상의
다채로움을 마주 보는 사람들,
다름의
가치를 알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팍팍한 현실도,
TV나 인터넷 속 세상도,
제가 바라는 것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음에...
답답한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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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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