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길
지금의 나는, 내가 바라던 그런 모습이 되고 있을까?
30대 중반.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83.5세.
이 기준으로 보면, 아직 반을 채 넘지 않은 나이.
그래서 '어른'이라는 말은,
아직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직장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달라집니다.
법정 정년은 60세.
노동현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 짧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미 반환점을 넘은 나이.
잘 맞는 옷인지 아닌지를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이런저런 객관적 기준을 미뤄두고서라도,
현재 속한 조직에서의 위치만 봐도 그렇습니다.
직급도 직책도, 심지어 나이도 경영진 바로 아래.
어쩔 수 없이 어른이라 할 수밖에 없는 위치죠.
작은 조직에서는 흔한 일이긴 합니다만...
별로 위안이 되는 팩트는 아닙니다.
삶에서는 아직 어른이 아닌데,
어른인 척해야 하는 모호한 처지.
젊은이로서는 꽤 많은 걸 알게 됐지만,
어른으로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잘해보고 싶어서,
어렵사리 '초짜 어른'을 연기하며 삽니다.
보다 젊고 어린 그들에게서 수년 전의 나를 봅니다.
첫 취직을 준비하던,
모든 것이 조심스럽던,
때로는 당돌하고 열정적이다가도,
때로는 실망하고 좌절 끝에 지쳐가는,
말할 수 없는 솔직함을 삼키며 괜찮은 척하는...
그 모든 모습이 보인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그 시절의 나를 보던 '초짜 어른'들도 그랬을 테죠.
아마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나 또한 잃을 것이 많은,
잃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인간이라,
내 손해를 감수하기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손해보지 않더라도,
뭐 하나라도 도움 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지금 드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
정녕 그들을 위한 선의인지,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한 흑심인지,
분명치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무의미한 의심보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려는 마음을 보려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만나길 바라던 '어른'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을 걷고 있는 거겠죠.
물론 그 답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