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이게 대체……"
아수라장, 난장판. 그보다 적당한 표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은 금요일 저녁.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 인근 마트에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 혹은 가족 단위로 외식을 나온 사람들. 정영태 팀장이 서있는 이 곳은 꽤 많은 인파가 북적이던 번화가였다. 불과 삼십 분 정도 전까지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 서에 남아있던 최재한 경사와 오진우 경장이 즉시 움직였다. 외부에 나가있던 정영태 팀장은 초기 수습이 한창일 즈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는 게 까다로울 정도로 광범위한 도심 번화가 한복판의 폭발 사고. 언뜻 보기에도 사상자는 상당히 많아 보였다.
"팀장님!"
"어, 오 형사. 좀 알아봤나? 대체 뭐야? 이정도면 거의 포격 수준 아냐?"
"저…… 그게……"
"뭔데 뜸을 들여? 원인불명,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 중, 뭐 이딴 소리 할 거면 집어치워라. 그럴 거면 서에 돌아가서 공식 브리핑을 듣고 말지 왜 너한테 물어보겠냐."
"아니, 그게…… 원인이고 뭐고 일단 먼저 좀 보셔야 할 것이……"
"음……?"
영태가 진우를 따라간 곳에서는 구급대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여러 대의 병원 차량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며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고, 사망자들은 현장 한 켠으로 옮겨 수습하는 중이었다. 사망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채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 사이에서 영태는 낯익은 노인의 얼굴을 발견했다.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그게…… 대원들이 막 수습하던 차에 마침 제가 발견했습니다. 확인하자마자 곧장 팀장님을 찾은 겁니다. 폭발 지점에서 무척 가까이 계셨고 등 쪽의 상처가……"
진우는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마 폭발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신 것이리라. 쿵 하고 가슴 한 구석에 묵직한 뭔가가 내려앉는 듯했다. 영태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한 아득함 속에서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아야 했다. 이 어두운 감정에 젖어있을 있을 여유가 없다. 적어도 지금은.
"……뭐하고 있어? 우리는 우리 일을 한다. 현장에 최 형사 같이 왔지? 바로 조사 시작하라고 해. 주변에 돌아다니는 일반인들 있으면 통제하도록 하고. 그리고 넌…… 휘영이한테 전화해서 현장 못 오게 막아."
"네? 팀장님, 그게 무슨……"
"야 임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정신차려! 할머님 이런 모습을 휘영이가 보게 할 참이야? 알릴 때 알리더라도 제대로 수습한 뒤에 말해줘야 할 거 아냐.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막아. 만약 휘영이 여기 오면, 너 죽고 나 죽고 우리 다 죽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팀장님. 제가 책임지고 막겠습니다."
진우가 급히 뛰어가고 나자 영태는 조금 전 억눌렀던 아득함 때문인지 잠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며칠 전 초대 받은 저녁식사에서 웃고 있던 얼굴이, 곳곳에 상처가 난 채 눈을 감고 있다. 한없이 착하게만 살아오셨을 듯한 인자한 분이 왜 이토록 차가운 곳에 누워 계셔야 하는가. 근 20년 가까이 강력사건을 맡아오면서 비슷한 의문을 수없이 가져왔지만, 도무지 답을 얻을 수 없는 일이다.
"허…… 하늘도 무심하시지."
철부지 손녀를 잘 부탁한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지극정성을 다 하던 분이었다. 밤낮없이 현장을 나다녀야 하고, 위험한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서. 휘영 본인이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영태로서는 남의 집 귀한 손녀를 데려온 것이 못내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휘영의 할머니는 그마저도 '팀장님 덕분'이라 말하며 늘 고개를 조아렸다.
며칠 전 잠시 여유가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 저녁 한 끼 하고 가라며 팀원들을 반 강제로 초대하셨었다. 상다리 휘어질 만큼의 진수성찬을 얻어 먹고, 술기운에 '면목이 없다'고 말하던 영태에게 휘영의 할머니는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었다.
'꼭 경찰이 되겠다고, 그 중에서도 큰 죄 저지르는 사람들 잡는 일을 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애였어요. 아빠 엄마가 그렇게 가서 그런건지…… 몇 번을 물어봐도 한결같이 형사가 되겠다더군요. 여자애 몸으로 험한 일을 어찌할꼬 하면서도 막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운 건지, 팀장님 같은 분을 만나서 저렇게 배려 받으며, 하고 싶은 일 하며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 제가 감사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늘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려 하던, 따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이 켜켜이 겹쳐져 가는 와중에, 다시 한 번 시신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영태는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꼭 깨문 채 몸을 돌렸다. 슬픔에 잠기긴 이르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서둘러 해야 하기에.
"뭐? 다시 한 번 말해봐."
휘영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 서에 복귀했을 때, 도심 한복판에서 원인불명의 폭발 사고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에 나갈 채비를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오진우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오더니 나오지 말고 서에 남아 있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 그게…… 은 경위님은 서에 남아있으라는 팀장님 지시가……"
"오 형사, 지금 장난하니? 이유가 뭔데?"
"그게…… 좀 알아봤는데 일단은 가스폭발 같은 사고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사실상 우리가 할 만한 일은 별로 많지 않더라고요. 이미 최 형사님이 거의 다 처리하셨고요. 여기 오시기 보다는 근처에 동원할 수 있는 병원쪽 인력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팀장님 지시예요. 부상자가 워낙 많아서 구급대원들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알았어. 일단 팀장님 지시라니까 하긴 하는데, 왜 나한테만……"
"어휴, 이미 다른 팀에서도 여럿 나와있어서 오셔봐야 붕 뜨실 겁니다. 나중에 정리 좀 되고 나면 할 일이 많아질 수도 있으니 그때 오시면 되죠.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알았어. 필요하면 바로 연락 줘."
"옙!"
전화를 끊은 오 형사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평소 촉이 좋기로 알려진 휘영을 상대로 핑계를 대려니 심장박동이 배는 빨라진 듯하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듯 허술해 보였지만, 그래도 급하게 생각해낸 것 치고는 괜찮은 구실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뭐, 팀장님 지시인 건 사실이니까…… 미안해요, 은 경위님."
허겁지겁 뛰어들어오던 휘영의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먼저 들어온다. 왼쪽에 정영태 팀장, 오른쪽에 최재한 형사와 오진우 형사. 정 팀장 옆에는 의사 가운 차림의 중년 사내가 보인다. 싸늘함. 휘영은 복도 전체에 무거운 공기가 가득함을 느꼈다.
"……뭐예요, 이거?"
"휘영아……"
느닷없이 병원 영안실로 오라는 전화에 휘영은 덜컥 겁부터 났다. 팀 동료 중 누군가에게 일이 생긴 걸까? 분명 별일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 대체 뭐지? 만약 현장에 오지 말라던 그 석연찮은 이유와 연관이 있는 거라면......? 금요일 저녁, 장을 보러 나간다며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묻던 할머니의 전화. 마음 한구석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능성이 피어 올랐지만, 애써 부정했다. 아닐 거라고, 절대 아니어야 한다고.
처음 팀원들의 얼굴이 보였을 때, 숫자부터 헤아렸다. 하나, 둘, 셋. 어제부터 다른 현장에 나가있는 인원을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얼굴은 없다. 다행이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휘영은 그 숨이 가슴 언저리에서 덜컥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설마……
"팀장님, 저 왜 오라고 하신 거예요?"
"……"
"최 형사님, 오 형사. 다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데요."
"……"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영태는 고개를 푹 숙였고, 재한과 진우는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린다. 벌써 1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동료들이다. 그들의 침묵과 외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휘영은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 팀원들 얼굴을 모두 확인했을 때부터 이미 심장에서는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다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계속 확인하려 했을 뿐.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휘영은 또박또박 걸음을 옮긴다. 문을 열고, 한복판에 놓인 침상으로 다가간다. 그 위를 덮고 있는 흰 천.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익숙함에 다리가 덜덜 떨려온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모든 생각을 부정한다. 손끝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흰 천이 걷어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
빙그르르. 천장이, 돈다. 털썩. 떨리던 다리에 힘이 풀린다.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주저앉아 있기도 버거워 바닥에 모로 쓰러져 버린다. 주위가 빙글빙글 돈다. 깜깜해지지는 않는다. 원망스럽게도.
"휘영아!"
"은 경위님, 정신차리세요!"
"젠장! 진우야, 나한테 업혀줘! 빨리!"
빙그르르. 세상이, 돈다. 주르륵. 풀려버린 눈에 어린 물기가 뺨으로 흘러내린다. 안간힘을 다해 밀어내려 했던 현실이 온몸으로 스며들어온다. 비로소 주위가 깜깜해진다. 그래, 잠시만 잊자. 잠시만……
장례식 기간 동안 휘영은 단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앉아 영정 사진을 바라보다가, 이따금씩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눈물만 흘릴 따름이었다. 조문객들에게도 예만 표할 뿐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때문에 경찰상급자들이 찾아왔을 때는 정영태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번갈아 가며 옆을 지켜야 했다.
화장을 마치고 납골당 안치가 끝날 때까지도 휘영은 입을 거의 열지 않았다. 영태는 임의로 그녀에게 며칠 더 휴가를 줬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을지도 모를 사람. '공허하다' 혹은 '아프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할 것이다. 영태는 이번 사건의 후속 조치에 그녀가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휴가를 제안했다. 휘영 본인도 별말 없이 받아들였고, 팀원들도 이견 없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거 참…… 답이 없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대충 규모로만 추산해도 거의 전차포 직격이 가해진 수준인데, 흔적이 전혀 없다? 진우야, 이거 제대로 조사한 거 맞냐?"
"저도 의심스러워서 팀장님 현장 가실 때 따라서 돌아봤는데요. 폭발 중심 지점은 너무 뚜렷해서 조사고 뭐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큰길 한복판이다 보니 아무래도 누군가 폭발물을 직접 운반해서 터뜨렸다고 봐야 하는데……"
"금속 파편이라든가 하는 폭발물 관련 흔적이 하나도 없다 이거지. 젠장! 일부러 활짝 열어놓고 '자, 한 번 치워보슈' 했어도 이렇게 감쪽같이 없애지는 못할 텐데. 시작부터 앞뒤가 안 맞으니 수사고 나발이고 진행할 수가 있나. 원인도 뚜렷하지 않으니 테러 담당 부서 같은 곳으로 넘기기도 뭣하고."
최재한 형사는 왼손을 이마에 짚은 채 신경질적으로 서류들을 뒤적거린다. 그 역시 까다롭다 싶은 사건을 맡은 경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 하지만 이번처럼 초반부터 논리적으로 모순에 부딪힌 적은 그가 기억하는 한 없었다. 그 동안은 직감으로 풀어낸 사건도 꽤 있었지만, 이번엔 그 직감으로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휴가 기간 동안 휘영은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문을 열었을 때 마루에 앉아 늘 반갑게 맞아줬던 할머니의 온기 대신 싸늘한 적막이 감돌고 있을, 그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발 가는 대로, 멀찍이 떨어진 곳까지 나왔다. 시끌벅적한 것도 내키지 않아 가능한 한 구석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모든 것에서 잠시 떨어져있고 싶다는 생각에 하루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생각도 많아졌다. 울적한 생각이 떠오르려 할 때마다 잠을 청하며 버텼지만, 수시로 찾아오는 악몽 때문에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휘영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주변은 완전 칠흑 같은 어둠에 보이는 거라곤 잔잔하게 흐르는 눈 앞의 강물 뿐. 본능적으로 눈 앞의 강물에 들어가면 죽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부터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꿈이 아니라고 하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문제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 눈 앞의 강물을 향해 걸음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새 발끝에 물의 감촉이 전해진다. 차갑다는 느낌에 몸서리 칠 겨를도 없이 휘영의 몸은 계속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발목, 다리, 가슴, 목…… 순식간에 입과 코가 잠길 만큼까지 들어왔지만, 다리는 도무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꿈인데도 호흡이 가빠지고 '괴롭다'는 감정이 밀려든다. 발버둥치려 해도, 애초에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이 아니다. 하얗게 치뜬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점점 희미해져 갈 때 즈음, 누군가의 손이 자신에게로 뻗어오는 것을 보며 휘영은 의식을 잃었다.
번쩍, 눈이 떠진다. 꿈 속에서 의식의 끈이 끊어지던 딱 그 순간. 방 천장이 보이고 손발이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걸 인지하자,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젠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다.
"또 같은 꿈…… 아아아악! 진짜 미쳐버리겠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아아!!!"
울분과 짜증이 치밀어 악을 써본다. 살면서 잔병치레만 몇 번 했을 뿐, 크게 아팠던 적 없이 팔팔했던 그녀다. 학창 시절에도 넘치는 활기를 주체하지 못해 쉴새 없이 돌아다니기 일쑤였고, 그 덕분인지 밤에는 그야말로 죽은 듯 숙면을 취하곤 했다. 가위에 눌려본 적도, 사소한 악몽에 시달려본 적도 없었다.
그런 만큼, 최근 이틀은 휘영에게 있어 끔찍한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지독한 악몽과 반복되는 '죽음'의 느낌. 잠들 때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꿈으로 잇따라 잠을 설친 탓에, 다친 마음을 추스를 여유가 없었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지만, 끼니마저 거의 거르고 있어 짜증낼 체력마저 충분치 않다. 정영태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 건 그때 즈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위이이잉- 위이이잉-
"……네, 팀장님."
[좀 어때?]
"그럭저럭 괜찮아요. 숨은 쉬고 있어요."
[괜찮긴.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알겠네. 보아하니 지금껏 쫄딱 굶었을 테고…… 힘만 돌아오면 누구든 걸리기만 하라는 아우라가 풀풀 느껴지는데 뭘.]
"……"
[나도 굳이 도화선에 불 댕기는 취미는 없으니 길게 말 안 한다. 바로 가서 밥 먹어. 편의점 샌드위치나 배달음식 같은 거 말고 밥집같은 곳 가서 최소 두 그릇 먹어라. 알겠지?]
"……"
[어허, 대답. 알겠지?]
"……네, 그럴게요."
[그럼 끊는다.]
이 와중에도 밥 먹으라는 소리만 하고 끊다니. 역시 정영태 팀장이다. 팀원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어떤 상태인지 눈치 채는 사람. '힘들겠지만 이겨내야 한다' 같은 어설픈 위로의 말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 하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가 혹시라도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도록 수많은 시간을 고민한 뒤에야 말을 꺼낸다는 것을.
그 투박한 배려에 힘입어 휘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근 이틀간 씻지도 않고 처박혀있었던 데다가, 악몽에 시달리며 흘려댄 식은땀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 본인은 이미 적응돼 못 느끼지만, 아마 꽤 지독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으리라. 그녀는 창문을 살짝 열어둔 뒤 지친 다리를 애써 달래가며 욕실로 향했다. 배고픔보다 앞서는 어떤 본능이 시키는 대로.
<저 너머의 하늘>은 상당히 긴 호흡으로 가져가려 하는 현대 판타지 소설입니다.
대략 이틀~사흘 간격으로 한 편씩 올리려 계획 중이지만, 큰 흐름만 짜놓고 세부적인 이야기는 전개하면서 여러 차례 수정을 가하는 작업 스타일상 가끔씩 일정이 어긋날 위험도 있습니다. (물론 가급적 준수하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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