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그 말들이 싫었어

by 유이경

아이는 그 말들을 싫어했다. 엄마랑 붕어빵이라는 말, 엄마와 똑같다는 말, 엄마 미니미라는 말. 나는 아이의 그 말들이 서운했다. 그 말이 싫다는 말, 나는 엄마와 똑같지 않다는 말, 붕어빵 아니라는 말. 나는 아이와 내가 닮은 것이 좋았다. 나와 똑 닮았지만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고 더 찬란한 아이가 나와 닮았다는 것이 좋았다.


아이가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고 지레, 내 얼굴이 싫은가 별론가 싶었다. 그래서 저리 사람들의 그 말을 들으면 입이 뾰로통 나오는 건가 싶었다. 너무한다, 다른 아이들은 고슴도치가 되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고 한다던데 그런 말은 바라지도 않았건만 저렇게 대놓고 싫다고 하다니. 우리 집에서 삐지기로는 일등인 나는 아이 말에도 이리 쉽게 삐쳤다.


한 번은 아이에게 “그렇게 엄마랑 닮은 게 싫으냐?”라고 대놓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엄마랑 나랑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어? 이렇게 다른데. 그런데 왜 자꾸 똑같다는 거야?” 또 정색하며 대꾸하는 아이에게 속으로는 ‘그래, 너 잘 났다.’ 하면서도 그 사람들을 대신해 변명이라도 하듯이 대답해 주었다. 너랑 나랑 얼굴형도, 눈도, 쌍꺼풀도, 눈썹도 닮고, 이마에 머리카락 난 선도 닮고, 어쩌고 저쩌고, 구차하게 아이와 내가 닮은 구석들을 나열했다. 아이는 아직 닮은 얼굴을 분별할 줄 몰라서일까, 설명을 들으면서도 언짢음이 풀리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이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집 앞 신호등 앞에 황금 잉어빵 장사가 나타나곤 한다. 그러면 아이와 나는 붕어빵 아닌 황금 잉어빵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신호를 기다린다. 그러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살까?” 말을 꺼내는 건 항상 내 쪽이다.


본의 아니게 엄마와 닮은꼴로 태어나 붕어빵이라는 말에 인색해진 딸은 붕어빵보다 황금 잉어빵을 좋아한다. 아이는 황금 잉어빵을 먹는 것도 좋아했지만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황금 잉어와 붕어가 도대체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지만(얼마 전 드라마에서 그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다.) 분명 황금 잉어 모양일 틀 위로 반죽이 부어진다. 틀 뚜껑을 탁 닫고 돌려 익히면 노랗고(분명 황금색은 아닌데) 갈색 빛으로 노릇노릇해진 황금 잉어빵이 태어난다. 틀은 같지만 나오는 모습이 정말 똑같은 건 아니다. 어디는 살짝 더 탔고 어디는 살짝 더 안 타서 색이 조금씩 다르다. 색만 달라도 황금 잉어빵은 개성을 획득한다.


황금 잉어빵의 탄생을 기다리던 딸이 묻는다.

“엄마, 저 잉어빵들은 다 똑같은 거야?”

“응, 똑같지. 똑같이 생겼잖아.”

“똑같이 생기면 똑같은 거야? 똑같이 생겼지만 다 똑같은 애들은 아니잖아. 그리고 자세히 보면 똑같지도 않은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는 걸까. 아이는 뜬금없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배운 사람처럼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엄마랑 나도 다른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자꾸 사람들이 엄마랑 나랑 똑같다고 그래? 그리고 저 잉어빵만큼 똑같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애가 한이 맺혔나. 또 우리가 닮았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간다.

“그게 그렇게 싫었어?”

“응! 나는 엄마와 다르잖아.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엄마랑 나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하잖아!”


말하는 아이 목소리가 살짝 잠긴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잉어빵은 돈과 맞교환되어 내 손에 들렸다. 집에 가서 먹자 말하고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간다. 아이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틀에서 똑같이 찍혀 나오는 잉어빵도 붕어빵도 결국은 모두 다 다른 하나들인데.


“아유, 우리 딸이 여태 속상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 엄마랑 너는 다른 사람인데 자꾸 그러니까 너를 무시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속상했구나~”

아이는 눈에 눈물이 조금 보태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랬구나.


아이에게 필요한 말들을 해주며 나는 아이 마음도 모르고 여태 아이에게 서운해했던 나를 반성했다. 아직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내 얼굴이 싫어서 정색했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기뻤다. 그리고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주기를 바라는 당당한 마음이 느껴져 또 이렇게 컸구나 싶어 마음 한편이 뻐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