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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경 Jul 01. 2021

떠오르는 잡념아, 이리 와

  가끔 생각이 문장으로 나열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머릿속으로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 문장으로 글 쓰는 것처럼 줄줄 내뱉는다. 그러면 생각을 급히 끊고 핸드폰을 꺼내 받아 적는다. 자, 기다려봐. 핸드폰 손가락보다 자꾸 먼저 뛰쳐나가려는 생각을 급하게 잡아 본다. 그런 순간이 평소와 다른 어떤 특별한 일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쑥 나타난다. 그런 순간이 좋았다. 그 순간을 잡아서 길게 글로 늘어뜨리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 주기적으로 사라진다.


  역시나 지금이 그런 시기다. 메모장에 글을 기록해 두는 일이 드문드문해졌다. 아, 이렇게 생각이 없이 사나. 


  그전에 클럽하우스를 할 때 이기주 작가님이 매일 이렇게 글감을 적어두는 일을 꼭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히 으쓱하며 공감을 했는데 이젠 그 공감을 못하겠다.


  요즘 나의 일상은 무엇일까. 계속 무언가는 쓰는데 실속은 없다. 무언가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무엇을 한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마음만 급하고 글은 안 써진다. 나를 믿지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동안 내가 자만했다고 자책한다. 이런 생각들만 왔다 갔다 하니 무슨 글감이 떠오를까. 이럴 때 떠오르는 생각을 옮겨봤자 탄식, 하소연, 자기반성, 이런 구구절절밖에 되지 않겠지.


  그래서 차선책으로 떠오르지 않는 잡념들, 그래서 소중한 글감이 되는 그 잡념들이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기원의 글을 쓴다. 자자, 떠오르는 잡념아, 이리 와. 어서 와. 어서 오면 구워 먹으리.




Photo by Christopher Sardeg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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