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3804 - 안녕! 나는 토마토야. 나는 비록 아주 매끄럽고 동그랗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마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멋지다고 했어. 이게 내 개성이라고. 나도 내 울퉁불퉁한 모습이 좋아! 어디 상처도 없고 아주 건강하거든! 나는 커서 멋진 케첩이 될 거야! 주스도 좋지만 그래도 케첩이 가장 되고 싶어!
선생님 - 자, 토마토들! 이제 각자 무엇이 될지 정해볼까요?
토마토3804 - 선생님! 저는 케…
토마토3876 - (토마토3804보다 먼저 튀어나오며) 선생님! 저는 케첩이요!
선생님 - 그래, 들어가렴. 너는 뭐가 되고 싶다고?
토마토3804 - 저도 케…
토마토3822 - (토마토3804를 밀치며) 비켜! 못 생긴 게. 나는 주스요!
선생님 - 그래. 여기로 들어가렴. 자 다음 토마토!
토마토3804 - 저, 저요! 저는 케첩이 될래요!
선생님 - 이런, 어쩌지? 케첩 자리는 다 찾단다. 다른 걸 고르렴.
토마토3804 - 어… 그럼 주스요.
선생님 - 주스도 다 찼어. 너도 알다시피 둘 다 가장 인기가 있잖니.
토마토3804 - 그럼 전 이제 케첩도 주스도 못 돼요?
선생님 - 미안하지만 규칙이 그래. 나는 규정대로 하는 거란다.
토마토3804 - 그럼 저는 뭐가 될 수 있어요?
선생님 - 너는 뭐든 될 수 있어!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말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렴! 물론 개성은 좀 죽이고.
토마토3804 - 그럼 페이스트는요?
선생님 - 그것도 자리가 찼단다.
토마토3804 - …생과일도요?
선생님 - 그건 아직 자리가 있지만… (토마토3804의 울퉁불퉁한 꼭지 부근을 힐끗거리며) 그래도 다른 게 더 좋지 않을까?
토마토3804 - …….
선생님 - 바쁘니까 정하고 다시 말해줄래? 자 다음 토마토!
토마토3819 - 선생님! 저는 케첩이랑 주스 중에 뭐가 되는 게 좋을까요?
선생님 - 글쎄 내가 보기엔 케첩이 낫지 않을까? 가장 인기 있잖아.
토마토3819 - 그럼 저 케첩 할래요!
선생님 - 그래, 여기로 들어가렴. 자 다음 토마토!
토마토3804 - …….
선생님 - 이제 정했니? 너는 무엇이 되고 싶어?
토마토3804 - …모르겠어요.
선생님 - (작은 목소리로) 이래서 요즘 것들은… 정 못 고르겠으면 말린 토마토를 하렴. 그건 못생겨도 할 수 있단다.
토마토3804 - …아니에요. 그럼… 그럼 난… 춤을 출 거예요! (얼굴에 조커 분장을 한 토마토3804가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온다) 하하… 하하하… 신난다! 탕! (하얀 벽지에 토마토케첩이 쫙 뿌려진다) 우리 모두 춤을 추자! 탕탕! 하하하! (바닥에 토마토주스가 주르륵 퍼져 나간다) 나는… 나는 멋쟁이 토마토가 될 거야… 나는 멋쟁이… 크흡… 이제 멋쟁이 토마토야…… (멀리서 탕탕 총소리가 몇 차례 더 울린다. 도망치는 토마토들의 비명이 천천히 멀어진다)
※ 쓰기 전에 떠오른 노래는 동요 <멋쟁이 토마토>.
쓰면서 떠오른 영화는 <조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뚠뚠♬♬)
그러다 (뚠뚠♬) 가을에 (뚠뚠♬) 문 밖에서 ○○죽네 (뚠뚠♬♬)
지켜보던 (뚠뚠♬) 베짱이 (뚠뚠♬) 그 안에서 겨울나고 (뚠뚠♬♬)
봄이 오면 (뚠뚠♬) 창고엔 (뚠뚠♬) 새 개미가 들어오네 (뚠뚠♬♬)
“여보세요? 어, 이제 슬슬 가야지. 뭐 더 빨아먹을 것도 없고. 여기? 여기가 어디였더라… 아! B-24동이야. 거 왜 있잖아, 10년 전까지 연탄공장 있던 자리. 뭐? 그게 벌써 40년 전이야? 시간이 점점 빨리 가네. 아무튼 거기야. 아니 작년에 슬슬 추워질 때쯤인가, 오랜만에 와봤더니 창고 앞에 웬 검고 단단한 게 죽어있더라고. 덕분에 겨울 내내 잘 깔고 앉았지. 죽은 걸 깔고 앉았는지 깔고 앉았더니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들 어때. 과로인지 사고인지는 지들끼리 싸울 문제지. 맞다, 깜빡할 뻔했네. (전화기를 잠시 얼굴에서 떼고 지나가던 검고 단단한 애를 불러 세우며) 야! 너, 그래 너! 뛰어와 빨리.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 무엇인가를 한주먹쯤 꺼내며) 이거 가지고 가서 저 옆 창고 애한테 주고 와. 아니 우리 말고 니네 있잖아, 검고 단단한 놈. 일하고 있는 걔한테 주라고. 어, 가봐. (다시 전화기를 귀에 붙이며) 어, 한줌 줬어. 이제 나는 없는데 너는 왜 있냐, 내가 받아야지 왜 네가 받냐, 하면서 한참 정신없을 거야. 그러게, 날이 많이 풀렸네. 창고도 비었고 슬슬 일어나야지. 그래, 거기서 봐. (전화를 끊고는 지나가던 다른 검고 단단한 애를 부르며) 야! 거기 너, 그래 너 말이야. 뛰지 말고 걸어와 인마. 야, 너 이 창고 한 번 관리해볼래? 이거 너한테 기회야. 나처럼 파래질 기회. 나 자주 이러는 사람 아니다? 너 똘똘해보여서 그래. 인마, 누구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여기 남아있는 찌꺼기… 아니 콩고물은 너 해도 돼. 그래, 한 번 맡아서 잘 관리해봐. 내가 너 지켜보는 거 알지? 너 인마 이제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내가 앞으로 챙겨줄 테니까. 보자… 가을쯤 되면 그간 얼마나 열심히 모았는지 확인하러 올게. 자, 창고 열쇠. 그래, 빨리 나가서 자랑해. 지금 니들 중에 그거 가지고 있는 애들 얼마 없다. 아, 더듬이는 두고 가고. 어차피 이 안에선 그거 필요 없어. 일할 때 방해만 되지. 나한테 맡겨놔. 가을에 돌려줄게.”
※ 쓰기 전에 떠오른 노래는 짱구 OST <개미송>.
쓰고 나서 떠오른 시는 이재택 시인의 <나의 근황>.
25. 0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