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Dec 17. 2024

인간이 털이 퇴화한 진짜 이유

feat 왁싱이론과 대머리 가설

최근 오랜 사색 끝에 인간에게 털이 없는 진짜 이유를 갑자기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아래 글(사람에게 털이 퇴화한 이유)과 같이 털을 청소하기가 힘들어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더 깊은 과거를 들여다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인간 진화의 중대한 가설을 추가하여 오늘 마침내 이 위대한 발견을 공개하기로 한다. 이번에는 감히 '진짜'라는 수식어를 자신 있게 붙일 수 있었다.


이전 참고글


단도직입적으로 발설하면, 인간은 털을 스스로 뽑아서 제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놀랍게도 이것은 직립보행을 통해서 인간의 두 손이 자유로워짐으로 가능한 일이었는데, 동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털이 없는 이유와 부합된다. 발을 이용해서 털을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나마 손을 사용하는 원숭이나 침팬지의 경우에도 털을 고르는 데 사용할 뿐이지 아직 뽑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마저도 개와 고양이는 손발이 아닌 혀를 사용하여 털을 고를 수 있을 뿐이니 진화는 아직 멀었다. 털이 점차 인간에게서 사라지는 시기가 인간이 두 발로 서서 걷게 된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가설은 더욱 신빙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털을 뽑아 버리게 되었을까? 이는 오늘날 왁싱의 이유에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깔끔하니까! 오늘날의 깔끔과 선사시대 이전의 깔끔은 구분에 다소 혼돈이 올 수도 있으나, 샤워나 수도 시설이 전혀 없었다고 상상해 본다면 털은 위생상에 있어 상당히 거추장스러운 존재였을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머리에 이가 기생하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라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털은 자주 씻지 않으면 쉽게 오염되어 각종 오염으로부터 악취와 기생충의 근거지가 될 수 있음을 반려동물을 통해서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도 시원하게 털을 밀어주기도 하지 않던가? 그런데 털을 깎는 도구가 아직 없었을 때, 유일하게 털을 제거할 방법은 털을 뽑는 것 밖에 없다. 왁싱 또한 털을 상당 부분 뽑아 그 영구 제모를 도모하는 원리와 같다.


추가적으로는 털의 제거는 더위를 피할 목적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울 때 털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인간은 이미 무언가 다른 동물 털을 두르는, 모피 코트의 원리를 이미 터득했고, 만약 한여름에 인간의 몸이 바야바(알면 옛날사람)나 스타워즈의 츄바카 처럼 털복숭이였다면 더워 죽을 것 같아 무척 답답한 일이었을 것이다.

바야바

그런데 이제 일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남은 털에 대해 해명할 일이 남아있다. 인간은 왜 다 뽑지 않고 몸의 일부에는 털을 남겨두어야 했을까? 그것은 아직 털이 아 있는 부위가 무척 민감한, 정확히는 민감하게 아픈 부위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털을 뽑다 보니 너무 아파서, 일부 부위는 털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고 오랜 진화의 끝에 털의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독특한 것은 머리카락 털의 생존 이유이다. 머리카락 털뽑아 버리기에 민감하게 아픈 부위라고는 할 수 없으면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그것도 아주 길고 풍성하게 인간털의 제왕으로 진화하였으니 말이다. 이는 다른 털과 달리 쓰이는 용도가 달랐기 때문인데, 즉 미적 용도라는 특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머리털의 경우 고르고 윤기 있게 진화한 것은 더욱 미적 용도의 쓰임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머리털에는 민머리와 달리 각종 장식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이러한 '털 자기 제거설' 간단하게 줄여 '왁싱설'의 발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놀랍고도 부수적으로도 인간 탈모의 이유까지 추론할 수 있는 혁신적 이론을 제공한다. 인간의 털이 진화에 의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져 자연 퇴화 되었다면, 왜 머리털은 그렇게 남아있기를 원하는데 계속 줄어드는 탈모의 퇴행을 겪고 있을까? 왜 머리털은 진화론을 거스르고 대머리의  위기에 놓여  있을까? 도무지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난제였다는 것을 인정하라.


여기에 드디어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자 하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털과 마찬가지로 머리털도 처음에는 뽑아서 제거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두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 처음에는 모든 털을 뽑아서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털을 뽑기에 너무 아픈 부위는 포기하고 남겨 두었으아직 머리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점차 여성의 경우 미적 목적으로 머리털은 살려두는 선택을 했고, 남성은 이 선택이 여성보다 훨씬 늦었거나 덜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남성 탈모, 대머리가 오늘날 더 많은 이유이다. 즉 머리털이 빠지고 대머리가 되는 이유는 머리털 또한 뽑아 제거하려 했던 인간의 시도의 결과가 유전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며 그 여파의 덕분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탈모와 대머리가 진화의 결과 일부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왁싱이론'과 '대머리 가설'이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완전히 혁신적인 것이어서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는 노벨인류학상을 수여하고도 남을 놀라운 발견임을 직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진화의 본성을 따라 왁싱을 통해 미용 외적 마지막 남은 털을 여전히 제거하려는 시도를 도모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인간은 털 없는 완전 깔끔한 미래를 맞이하리라고 예측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