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책을 잘못 골랐나봅니다. 제목만 보고 시크함에 뽑아 들었는데, 주인공이 78세 할머니세요. 78세의 삶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물론 궁금해하지도 않았었지요.
'뭐 나이 든 삶도 생각해 봐야 하니까'
일단 읽어 보기로 합니다.
78세라도 할머니가 시크하긴 한건 마음에 듭니다.
$ 패셔니스트 할머니
나이를 알았다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것 같은 것은 선입관이었을까요?
78세의 삶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일이지요. 그것도 아무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 나이까지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평균 수명으로 한다면 그럴 확률이 높긴 합니다. 오래 사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그 나이가 되려면 멀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이지 뭐예요. 그래도 시간은 빨리 갑니다. 지금 나이도 이렇게 먹을지 몰랐거든요.
그 나이가 들면 두 부류로 나뉘더군요.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외모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상당이 신경을 쓰는 분들이지요. 주인공은 후자에 속합니다. 패셔니스트 할머니에 속하지요. 그 나이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대충 입고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또래 할머니들을 매우 경멸합니다. 며느리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요. 물론 며느리도 나이에 맞지 않게 꾸미고 다니는 시어머니가 맘에 들지 않지만요.
$ MZ가 문제가 아니라
78세는 일본에서는 후기 고령자에 속하나 봅니다. 75세를 기점으로 전기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를 나누고 있네요.
일본에 가 봤을 때 노인분들이 많긴 많다고 생각 었지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만.
후기 고령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많지만 스스로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나 봅니다. 그래서 '곧 죽을 거니까'라는 말을 달고 살지요. 이 말에는 그럼에도 힘이 있어요.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기도 하고, 뭐든 못할 것도 없는 나이지요.
그러면서도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10년 젊어봤자 68세인데 그게 그거 아닌가 하지만 78세가 보기에 68세는 한창때 나이인가 봅니다. 20년 젊은 58세는 날아다닐 나이이지요.
그러므로 대부분은 완전 꿈을 꾸어야 할 나이인 것이지요. MZ세대가 아니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세대를 나누고 거기에 끼워 맞추기를 강요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나이에 너무 얽매여있는 것 같지요.
$ 곧 안 죽을 거니까
이 '곧 죽을 거니까'의 의미는 사실 '곧 안 죽을 거니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시간이지요. 정해져 있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이 의미는 안 죽을 거니까
할 건 다 하고, 원하는 것을 하고, 꾸미기도 마다 하지 않는 것이지요. 곧은 순서가 없는 시간이지요. 살아 있으면 똑 같이 그냥 살아 있는 것이지요.
어른이 되는 것도 힘든데 그 보다 더 나이를 먹어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처럼 느껴집니다. 아니 힘들다 못해 슬프게 느껴지지요. 왜 그것이 멋지고 당당하고 초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요?
78세의 모습을 설계해 봐야겠습니다. 나이에 맞는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다 해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노욕과 고집만 남은 78세는 곤란합니다. 패셔니스타, 나이에 맞지 않는 시크함도 좋습니다. 외모도 꾸밈도 당당함도 필요하겠고요. 그러면서도 초연함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네요. 살아온 만큼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즐겁게 전 해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 할머니의 모습인 것도 같네요. 제가 아는 분 중 그런 분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78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