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맛손'언니라 그런지 심사평 또한 맛지게 담가 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유린하고 있는 광자를 향해 욕을 쏟아내기에 입이 더러워졌으니 좋은 글을 통해 눈과 귀와 입을 씻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화자는 한강 작가의 글을 흰색과 붉은색, 두 가지 색으로 묘사합니다. 그것은 눈(雪)과 피(血)인 동시에 죽음과 생명의 끊임없는 천이가 일어나는 역사적 경험의 경계선이지요.
그 경계선의 한쪽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반대편에 있는 자들에게 빚진 자들입니다. 그러나 그 경계에 마주해 아무리 견디기 힘들더라도 진실과 사실이라는 퍼즐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하지요. 경계를 허물어 죽은 자의 그림자와 교류해 내서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서만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가 포기해도 영혼은 계속 말을 하고, 영혼이 지쳐도 육체는 계속 걷기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전진합니다. 왜냐하면 망각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역사는 지나가거나 끝나지 않고 계속 우리에게 기억하고 나아가야 할 빛이라고 경계선의 그림자가 이야기하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로 물든 역사적 아픈 경험과 그렇게 희생된 자들의 그림자 덕분에 내란을 막고 오늘 평안한 일상을 맞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잊지 않고 계속 말하고, 계속 걸어서 내일 마침내 희미해진 빛을 다시 밝힐 것입니다.
한강작가 노벨상 시상식, 엘렌 맛손(노벨 문학상 심사위원)의 심사평
한강 작가의 글에는 흰색과 붉은색, 두 가지 색이 만납니다. 흰색은 한강 작가의 수많은 작품에서 눈이라는 형태로 등장하고 화자와 세상 사이의 보호막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흰색은 또한 슬픔과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붉은색은 생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고통, 피, 칼에 배인 깊은 상처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강의 문체는 매혹적인 만큼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말합니다. 학살 후 쌓인 시체 더미에서 흐르는 피가 진해지면서 호소합니다. 그리 답할 수도 또는 무시할 수도 없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우리는 죽은 자, 납치된 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
흰색과 붉은색은 역사적 경험을 상징하고 한강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 경험 안으로 들어갑니다. 2021년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은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아직 어느 쪽에 속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채 그 사이를 떠도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눈보라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화자는 기억의 조각을 맞추면서 시간의 층을 거슬러 올라가고, 죽은 자의 그림자와 교류하며 죽은 자가 말하는 사실을 퍼즐처럼 풀어갑니다. 아무리 견딜 수 없을지라도 진실과 사실의 추구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절묘하게 환기되는 한 장면에서 친구는 선반에서 신문 조각을 꺼내 역사의 마지막 조각을 맞춥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진 병원 침대에 갇혀 있지만 말입니다. 꿈은 현실로 과거는 현재로 이어집니다.
경계를 허무는 이러한 전화는 한강 작가의 글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방해받지 않고 양방향을 향해 있는 감각을 동원해 신호를 수집하고 해석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목격한 것에 의해 무너지는데 결국 그 대가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힘을 내서 계속 전진합니다. 망각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라고 살해당한 소년의 영혼이 묻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생전에 소년을 정의했던 얼굴이 소멸되며 사라집니다. 생존자가 묻는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나에게 고통만 준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문으로 인해 피 흘리는 대상으로 전락한 몸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육체가 포기해도 영혼은 계속 말을 합니다. 영혼이 지쳐도 육체는 계속 걷습니다. 내면 깊은 곳에는 완고한 저항 말보다, 강한 고요한 주장,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목표는 망각이 아니고 망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강 작가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연약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 한 걸음 더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하거나 다른 자료를 요청하거나 다른 생존자를 인터뷰합니다.
빛이 희미해지면서 벽에는 죽은 자의 그림자가 계속 어른거립니다. 지나가거나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