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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루프탑과 비둘기

움츠렸던 마음이 날갯짓을 하는 볕이 드는 날

by Emile

볕이 따사롭네요. 추위에 움츠렸던 마음이 날갯짓을 합니다.

이 정도면 겨울이지만 루프탑에 올라가도 좋을 날씨지요. 점심시간 바람이 살살 뿌려진, 볕으로 거품을 낸 커피를 입술에 묻혀가며 먹고 싶은 것은 비둘기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엥! 갑자기 웬 비둘기냐고요? 루프탑에 올라가 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항상 비둘기들이 생각나거든요. 비둘기도 오늘같이 따사한 날에는 마음이 날갯짓을 하는지 꼭 건물의 루프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볕을 쬐고 있지요. 요것들이 아주 경치가 그럴듯한 곳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니들도 루프탑 좀 즐길 줄 아는구나"


비둘기들은 지붕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저만치 몰려있지요. 거기서는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릅니다. 이번에는 아마 끽연을 즐기고 있는 비둘기들인가 봅니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비둘기가 잔뜩 내려와 앉듯이 잔뜩이 모여서 담배를 쪼아대고 있지요.

물론 비둘기가 잔뜩 모인 곳은 피해서 지나가듯이 끽연자들이 비둘기처럼 모인 곳도 피해 가긴 하지요.


그렇다고 비둘기들을 그리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지요. 비둘기는 생각보다 똑똑하기도 하고 전쟁 영웅이기도 합니다.

비둘기는 훈련을 통해 숫자를 구분해 낼 수도 있으며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요. 그래서 세계대전 때에는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도 전사하거나 부상당하기도 하면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전령을 전달하여 승리에 이바지하였지요. 그런 공로로 훈장을 수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아시다시피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고요.


비둘기는 이제 전쟁영웅도 평화의 상징도 아닌 우리와 다를바 없는 도시민이지요. 이렇게 볕이 좋은 날이면 루프탑에 올라 볕을 쬐고 끽연을 즐기듯 모여서 먹이를 쪼아대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날 수는 있으나 쉬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 갈곳을 잃은 도시민과 닮아 있지요.


비둘기가 훨훨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추위에 움츠렸던 마음이 날갯짓을 하는 볕이 드는 날에는 말이지요.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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