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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뇌 썩음 바이타민 신약 발견

feat 브런치연구소 Emile 박사

by Emile
뇌 썩음’(Brain rot)


'골이 비었다'라는 말은 들어본 거 같은데 '뇌가 썩었다'라는 표현은 좀 생소합니다. 어떤 표현이 더 심각한 경우일까요? 하지만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다른 경쟁 단어들을 제치고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최종 선정했다고 하니 뇌가 썩어가는 것이 유행인가 보지요.


그러나 '뇌 썩음'은 코로나와 비슷한 전염성 유행병일 것 같은 생각과 달리, '사소하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것들', 특히 최근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를 과잉 소비함으로써 개인의 정신적이거나 지적인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고 하지요. 하루종일 SNS와 유튜브를 뒤지면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과정에서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는 단어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전염병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고는 쉽게 말하지 못할 것 같네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뇌가 썩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완전히 썩으면 골이 빌 수도 있겠네요. 이 무서운 병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염된다고 하니 얼마나 빨리 쉽게 퍼질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비단 SNS, 유튜브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 뉴스를 보아도 요즈음은 뇌가 썩을 듯한 느낌을 자주 받지요. 양질의 정보와 정화를 위한 감시와 비판이 아니라 아니라 죄다 사기를 치기 위한 낯 부끄러운 교언영색과 지록위마 글에다가 광고에 혈안이 된 듯한 낚시성 기사가 쏟아지거든요. 이러한 것을 접할 때마다 판단력이 흐려지는 '뇌 썩음' 증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일이지요.


안타깝게도 '뇌 썩음'이 올해의 단어라고는 하지만 치료나 예방법은 딱히 알려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SNS와 유튜브를 멀리하고 쓰레기 기사를 더 멀리 하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요. 그것이 황금과 권력을 낳는 유전이 되어 버린 2024년은 더욱 자극적이고 먹음직한 금단의 사과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뇌가 썩어가는 것을 모른 체 그 사과를 따서 먹고 일시적인 감미로운 환희에 젖어 현실의 고통을 잊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 현대인의 삶이니까요.


여기서 '사소하고 도전적이지 않는 것들'을 과잉 소비한다는 표현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복잡한 것들은 싫어한다는 이야기지요. 드라마도 소설도 콘텐츠도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것들이 먹히는 시대입니다. 듣기 좋은 말, 토론하지 아니하고, 도전적이지 않게 쉽게, 편하게, 시키는 데로 따르는 것이 점점 미덕으로 여겨집니다. 요리에 도전하기보다는 늘 먹던 것을 쉽게 배달을 시켜 자극적이고 조미료가 가득한 음식을 폭식까지 즐기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소하지 않고 도전적인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글쓰기 같은 것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같은 SNS와 유튜브의 시대에 누가 글이나 쓰고 있을까 싶지만, 자신의 언어로 SNS와 유튜브 같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창조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지요. 요리도 마찬가지겠네요. 유명 요리 프로그램 맛집을 찾아가서 줄 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요리로 재 창조 해 보는 것 말이에요.


글쓰기를 통해 '뇌 썩음'을 예방하고 치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글쓰기의 신약성분을 발견한 것 같이 뇌가 번뜩이는 것 같네요. 뇌가 썩어 골이 비기 전에 매일매일 이 안티 '뇌 썩음' 영양제를 먹어 보아요. 특히 글쓰기에는 뇌를 활성화시켜 뇌가 썩는 것을 방지하는 '안티뇌썩음바이타민 성분이 듬뿍 들어 있다고 브런치연구소 Emile 박사가 말했다지요. 어째 그런데 이거 약 광고, 약 파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일단 한번 좝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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