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씨
"다 왔습니다. 여기가 정상이에요"
산에 오른 일도 없는데 어떻게 정상에 도달했냐고요?
아니요, 생각하지 못해서 그렇지 날마다 한걸음 한걸음 오르고 있었다고요.
'겨울이란 산'을 말이지요.
날씨를 보아하니 이번 겨울의 정상은 이번 주가 될 가능성이 높을 듯하네요.
게다가 오늘이 그중 기온이 가장 낮은 날이므로 꼭대기가 맞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의 저 낮은 언덕에서부터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것을 보며 한참을 올라왔네요.
그러게 매일 날씨를 측정하며 오르다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여기가 바로 '겨울의 정상'이라는 것을요.
특히 이번 겨울 산행은 쉽지 않았네요.
추위도 추위지만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올라온 길이지요.
어렵게 정상까지 올라왔으니 과정이야 어땠든 "야호"도 한번 외쳐보고 사진도 남겨 보아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한 나에게 물 한 모금, 초코바라도 하나 주어 힘을 돋우오 주세요.
정상에서는 역시 따뜻한 커피지요. 커피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 겨울 여기까지 왔을까요?
이제 정상에 올랐으니 내려갈 일만 남은 것이지요.
물론 내려가는 길에 언덕이 나타나듯 추위도 다시 있고 미끄럽기도 하여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정상에 다다랐으므로 내려가다 보면 초록의 숲을 만날 수도, 넓은 호수와 바다를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추위도 잊히고, 겨울산은 저 꼭대기까지 언제 다녀왔나 싶게 멀리 올려다 보일 것이지요.
삶이란 반복되는 산 오르기지요.
아무리 산을 싫어하고 거기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해도,
평지와 도시에만 살 것 같고 살고 싶다 해도,
이상하게도 등산화도 아이젠도 스틱도 없는데 겨울산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정상을 찍어야 내려올 수 있다고 미션을 주는 것이지요.
그것은 다행히 남산 정도의 낮은 산일 수도, 알프스와 같은 아름다운 산일 수도 있지만, 어쩔 때는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같은 극한의 산이 가로막기도 하지요.
"이번 겨울산은 어땠나요?"
그 산이 얼마큼 높았던, 얼마큼 추웠든 간에 이제 정상에 올랐으므로 내려갈 일말 남은 것이지요.
내려가다 보면 얼었던 계곡의 물도 녹고, 잠들었던 나무와 풀도 깨어나겠지요.
그러다 보면 평탄한 평지를 걷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