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금융납세연예인
금융인과 연예인의 상관계수?
금융의 날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개최하고 연예인에게 표창을 주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금융의 날은 금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금융부문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라나? 그런 게 있었나?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고, 그런데 금융의 날 도대체 연예인에게 표창은 왜 주는 것일까? 연말이면 벌어지는 자화자찬 연예인의 날에 연예인끼리 수상을 남발하고 마치 상을 시청자가 준 것인 양 호도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연예인의 날에는 금융인을 불러다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금융의 날에는 연예인이 꼽사리, 아니 사진 상으로는 거의 주인공인 것처럼 이것이 금융의 날인지, 그래서 연예인을 볼 수 있는 법정 기념일이라는 게 좀 요상하지 않는가?
연예인은 돈이니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연예인은 돈을 많이 벌고, 돈이 많으니까 금융인으로 취급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금융이라는 게 별거인가? 까짓것 돈 많으면 장땡, 그것이 금융 아니던가? 그래서 돈을 제일 많이 벌거나, 이미 많은, 그래서 빵빵하게 은행에 저축하거나 증권에 투자한, 그러한 연예인에게 표창을 주는가 봤더니 그것도 아니다. 2025년 올해의 경우에는 배우 장나라와 정해인, 가수 태연(김태연)이 저축과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표창을 받았다고 했는데, 번돈을 저축이 아니라 현금으로 쌓아두거나 코인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표창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고, 여기에 그럴듯한 이유로 나눔, 선행, 기부 같은 그럴싸한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금융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그런 키워드가 금융의 날 포상의 이유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그러나 주는 쪽이 이상한 것이지 이것을 지금 받고 있는 연예인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금과 연예인의 2차함수?
그러고 보니 금융의 날 뿐만 아니라 세금의 날, 아니 정확히 말해 납세자의 날에도 세금을 잘 낸 연예인들에게 표창을 하던 것이 기억난다. 아주 재미있는 것은 어떤 연예인에게 그렇게 세금을 잘 냈다고 한 해에는 표창을 하고, 다음 해에는 세금을 탈루했다고 세무조사를 해서 바로 세금을 때리는 촌극이었다. 도대체 성실납세와 세금탈루의 어느 경계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이 표창은 돈을 많이 벌고, 돈이 많으니 금융이나 세금으로 딴짓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일종의 연예인들에게 대한 경고였을까? 만약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면 연예인이 금융인이어도, 세금인이어도 100% 수긍이 간다. 그들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특별 경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금융 연예인이 내년의 파산 연예인이나, 모범 납세 연예인이 불법 탈세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무시무시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창장은 사진값?
이렇게 좋게좋게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사진을 보니 왠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 연예인의 표창 목적은 아무래도 사진에 방점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도된 기사에 보면 이것이 금융의 날이 아니라 연예의 날처럼 연예인만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그것도 장나라, 정해인, 태연이라니. 연예인 사이사이에 서서 만면의 웃음을 띠고 있는 금융인의 얼굴에는 그 어디에서도 금융의 냉혹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아이돌을 향한 팬 미팅과 같아서 금융인이 보고 싶어 하는 연예인을 데려다 놓고 벌이는 강제 미팅 행사처럼 보인다. 그나마 금융의 품격에 맞게 아이돌이 아닌 적당히 젊은 연예인을 뽑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금융사들은 유달리도 연예인을 내세워 그 이미지를 희석시켜 왔다. 금융과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게을리하고 연예인을 내세워 쉽게 고객의 돈을 빼먹겠다는 검은 심보가 이 금융의 본질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랴!
배 아프고 아니꼬와서
연예인에 못지않게 금융 수수료와, 세금을 칼같이 냈는데 그깟 표창을 주지 않는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연예인이 기부와 봉사와 나눔과 취약계층 돌봄과 유기동물까지 보호했다는데, 그 정도면 표창을 줄 수도 있지 연예인을 절대 시기하고 질투해서도 아니다. 다만 금융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에 정부가 나서 포상과 훈장까지 준다고 하는데, 안 그래도 그 높고 좋고 좋은 꿀 빠는 자리에 앉아서, 돈이란 돈은 꿀처럼 쪽쪽다 챙기고, 금융이란 막강한 힘줄을 쥐고 생색이란 생색은 꿀통을 흘리 듯 다 흘리면서 훈장과 포상까지 받는 것이 배 아파서 그런다. 게다가 연예인까지 마음대로 표창을 준다며 꼬셔와 연예인이랑 같이 사진 찍고 좋아 죽는 게 아니꼬워서 그런다.
연기 말고 금융이나 잘해
금융은 원래 차갑고 냉정하고 칼같이 날카로우며, 대놓고 우대와 차별을 일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세계이다. 이것은 세금도 마찬가지렸다. 세련된 양아치이자 눈뜨고 코 베어가는 무지막지한 약탈자인 셈이다. 그런데 연예인을 내세워 기부, 봉사, 나눔, 취약, 돌봄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혼합해 표창까지 줘 가며 그 잘생기고 예쁜 미소로 위장하여 유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금융의 민낯은 가증스러움이 앞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금융이나 세금은 연예인을 표창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도 금지시켜야 한다. 물론 연예인이 그 막대한 광고료를 잃을 것을 싫어할 것이다. 게다가 연예인과 결혼한다고 하면 꼭 금융인이긴 하더구먼 그것까지 막지는 않겠다.
금융과 연예인의 공통점
국민과 정부의 미천으로 땅집고 헤엄치는 금융을 하다가 내부 횡령과 사적 대출로 물의를 일으키기를 즐겨하고도 반성이 없는 금융은 연예인 이미지 팔이를 그만두고 본연의 서비스에 집중하여야 한다. 연예인은 연기나 노래와 춤을 소홀히 하고 금융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금융과 연예인의 공통점이 하나 있기는 하다. 금융은 공적자금을 시시때때로 맘대로 쓰고, 연예인은 공적방송을 때로 멋대로 쓰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금융과 방송은 반드시 도태되기를! 그 결합의 형태가 크게는 광고, 여기 작게는 바로 표창이 아닐까? 이제 그만, 많이 묵었다 아이가?
사족 : 연예인 대신 차라리 작가를 표창하라. 작가야 말로 금융과 가장 반대의 이미지가 아니던가? 글을 맘놓고 쓰라고 금융 지원을 해 주면 좋고, 작가도 금융인과 결혼할 수 있으면 보완이 되서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