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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겨울잠에서 깰 때

날마다 날씨

by Emile

토요일인데도 평일보다 더 일찍 눈을 떴습니다. 잠시 아침 마실을 다녀올 생각이 들었지만 날씨가 어제보다 춥다기에 엄두는 내지 못했네요. 밖에서 직접 햇살을 느끼진 못했지만 서서히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음악을 틀어 넣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요. 공통점으로는 아침 햇살, 아침 음악, 아침 커피, 여유 있는 '아침'이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경칩이라고 하네요. 역시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그날이기 때문입니다. "나 개구리였던 거야?" 공주가 키스를 해 주면 사람이 된다는 개구리 왕자 일리는 없지만 개구리는 엄청 익숙한 동물입니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했었죠. 개구리를 양서류 같은 것이 아닌 애완동물 같은 동물로 느끼고 있는 것이 그 감정이랄까요?


지금이야 개구리는 그야말로 경칩에나 생각할 수 있는 전설의 동물, 거의 미니 공룡급으로 느껴지지만 어릴 적만 해도 아주 익숙한 동물이었지요. 개구리를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으나 개구리를 직접 손으로 잡아 본 그 느낌에 의하면 개구리는 썩 귀엽고 친근한 녀석이었습니다. 청개구리는 더욱 그렇고 참개구리도 그래서 어쩌다 만나면 항상 반갑습니다. 지금도 손으로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진 않지만요. 그렇게 귀엽던 개구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급이었지요. 키운 건 아니지만 밖에 나가서 항상 같이 놀던 녀석이었으니까요. 아 개구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어린 시절 잠깐 동안 함께 하고 그 이후에는 개구리는 흔히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나 그렇게 귀엽던 개구리를 호텔 뷔페에서 구이로 만난 것은 좀 충격이긴 했습니다. 물론 개구리를 공룡처럼 멸종시키거나 다 잡아먹진 않고 식용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해도 말이죠. 요즘은 다행히 뷔페에서도 개구리 구이가 올라오진 않더라고요. 여전히 시골에 가면 개구리의 정다운 울음소리와 귀여운 모습을 아직 듣고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날이 잠시 차가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경칩은 경칩이죠. 온도는 같더라도 겨울에 느끼는 찬 기운과는 느껴지는 것이 사뭇 다른 차가움은 신기합니다. 마치 개구리를 손으로 잡았을 때 느껴진 차가움과 두근거리는 따뜻함이 동시에 마주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제는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죠. 개구리도 깨어나서 뛰어오를 때라는데, 사람도 깨어나 뛰어올라 볼 만큼 기온이 풀린 때입니다. 그러고 보면 개구리의 도약력은 엄청났었네요. 자기 몸의 수십 배의 높이를 껑충 뛰어올라 같이 놀지 않겠다고 내뺐던 개구리였으니까요.

이 봄 딱 개구리 같이 일어나서 개구리만큼 뛰어올라 보지 않으렵니까? 그것이 마음속 무엇이든 간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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