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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26. 2022

구름이 익어가는 계절

날마다 날씨

오랜만에 비가 흠뻑 내린 후 하늘에는 진한 회색 구름, 흰 구름 그리고 그 그냥 회색 구름, 세 가지 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 무슨 빵을 고르시겠습니까?" 그중에 무슨 구름 빵이 가장 맛있을 것 같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진한 회색 구름 빵을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진한 회색 구름 빵에 뭐가 들어도 더 들어있을 것 같기 때문이지요. 흰 구름 빵이 보기에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겉만 그렇지 싱겁거나 맛은 별로일 수도 있고 덜 익었을 수도 있단 말이죠. 그냥 회색 구름 빵을 고른다면 중간이야 가겠지만 그야말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그냥 빵일 확률이 큽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냥 구름 빵인 만큼 답은 공갈빵일 공상이 크니까요.


오랜만에 비가 흠뻑 내린 후 하늘에서는 고소한 듯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렇다고 구름 빵 냄새는 아니고 아직 덜 익은 고소한 바람이지요. 바람이 포근해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단내는 느껴지지 않는 바람인 것이 이 고소함에는 아직 익지 않은 풋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아마도 꽃이 쨈이 되도록 익어가야 바람에서 비로소 단내가 나겠지요. 그러면 그 꽃쨈 향기가 꽃빵 같은 구름에도 은은히 베어나려나요? 하늘에 꽃 잎이 날려서 구름까지 닿으면 꽃빵 같은 구름은 색깔마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드는 것도 가능할 듯싶지요.


구름빵 생각이 꽃빵에 까지 이르며 침을 질질 흘리며 걷고 있는데 셀카를 찍고 있는 커플과 마주쳤습니다. 빨리 지나간다고 갔는데 셔터를 누르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모양새가 어찌 커플의 사진에 함께 담긴 모양입니다. 커플 사진이 갑자기 트리플 사진이 된 순간이지요. 뭐 맘씨 좋은 구름 빵집 주인이 서비스로 꽃빵을 하나 더 준거라 여겨보라 합니다. 물론 사진은 지우고 다시 찍겠지만 커플에게 함박웃음을 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구름 빵집 주인의 역할은  다 한 것이지요. 저에게는 빵이 중요한데 빵보다 사랑이 중요한 이들도 있겠지요. 그들에게는 구름이 빵이 아니라 하트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진한 회색 구름 하트가 아니라 흰색 구름 하트를 좋아 보인다고 덜컥 선택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진한 회색 구름 빵, 그리고 꽃쨈 가득한 꽃빵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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