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Apr 05. 2022

글 나무 심는 날

날마다 날씨

청명이 청명한 날씨입니다.

오늘은 절기상으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청명이기도 하고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기도 하지요. 예전 같았으면 식목일은 휴일이어서 이 좋은 봄날에 나들이 가기에 딱 좋은 날이었는데 휴일이 아닌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느라 쉬어야 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무들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기도 하지요. 아주 어릴 적 배우기로는 산에 나무를 땔감으로 다 써버려서 민둥산이 되어 버렸고, 빨리 나무를 심어서 숲을 다시 회복해다고 배웠거. 이게 무슨 전설 속의 이야기냐며 이제 그런 일들은 북한이나 빈곤한 나라의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그랬다고요. 그렇다고 제가 옛날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요. 


오늘날 당연한  푸른 산을 보고 있는 것은 그렇게 열심히 식목일에 나무를 심은 까닭이지요. 그런데 문득 생각나기로는 엉뚱한데 나무를 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식목일이면 학교에서 학교도 아닌 어떤 모르는 땅에 나무를 심었었는데 그것이 생각해보니 이사장 소유의 사유지였던 것 같단 말이지요. 학생들의 코 묻은 돈으로 그렇게 학교 이사장의 땅이 푸르러졌던 거지요. 이사장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학생도 키우고 나무도 키우고, 꿩 먹고 알 먹고 개인 땅에 너무 나무를 많이 심어서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된 거라고 여태 믿고 있습니다만.


여하튼 청명이 청명한 날씨라 식목일이 휴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예전처럼 식목일이라고 나무는 심진 않지만 그 대신 글 나무 하나를 심지요. 종이에 쓰는 글 나무는 그래도 종이를 나무로 만드니 뭔가 순환하며 나무를 심는 것도 같았는데, 모니터나 핸드폰에 쓰는 글 나무는 그 느낌은 없지만 메타버스 글 나무지요. 가상의 산에 나무를 심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나무로 종이를 만들지 않아도 돼서 나무와  환경에 도움도 된다고요. 아직 어린 글 나무들이지만 무럭무럭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글 나무들이 숲이 될 만큼 쭉쭉 자라서 민둥 한 마음들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도록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TODAY I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