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이 청명한 날씨입니다.
오늘은 절기상으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청명이기도 하고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기도 하지요. 예전 같았으면 식목일은 휴일이어서 이 좋은 봄날에 나들이 가기에 딱 좋은 날이었는데 휴일이 아닌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느라 쉬어야 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무들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기도 하지요. 아주 어릴 적 배우기로는 산에 나무를 땔감으로 다 써버려서 민둥산이 되어 버렸고, 빨리 나무를 심어서 숲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배웠거요. 이게 무슨 전설 속의 이야기냐며 이제 그런 일들은 북한이나 빈곤한 나라의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그랬다고요. 그렇다고 제가 옛날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요.
오늘날 당연한 듯 푸른 산을 보고 있는 것은 그렇게 열심히 식목일에 나무를 심은 까닭이지요. 그런데 문득 생각나기로는 엉뚱한데 나무를 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식목일이면 학교에서 학교도 아닌 어떤 모르는 땅에 나무를 심었었는데 그것이 생각해보니 이사장 소유의 사유지였던 것 같단 말이지요. 학생들의 코 묻은 돈으로 그렇게 학교 이사장의 땅이 푸르러졌던 거지요. 이사장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학생도 키우고 나무도 키우고, 꿩 먹고 알 먹고 개인 땅에 너무 나무를 많이 심어서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된 거라고 여태 믿고 있습니다만.
여하튼 청명이 청명한 날씨라 식목일이 휴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예전처럼 식목일이라고 나무는 심진 않지만 그 대신 글 나무 하나를 심지요. 종이에 쓰는 글 나무는 그래도 종이를 나무로 만드니 뭔가 순환하며 나무를 심는 것도 같았는데, 모니터나 핸드폰에 쓰는 글 나무는 그 느낌은 없지만 메타버스 글 나무지요. 가상의 산에 나무를 심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나무로 종이를 만들지 않아도 돼서 나무와 환경에 도움도 된다고요. 아직 어린 글 나무들이지만 무럭무럭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글 나무들이 숲이 될 만큼 쭉쭉 자라서 민둥 한 마음들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