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Apr 07. 2022

누워서 쓰는 글

날마다 날씨

누우니 역시 편안합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고, 게으름을 경계하는 듯 한 유언비어를 누군가 퍼뜨렸지만 누우니 이렇게 편한데 왜 눕지 못하게 했던 걸까요? 아마도 이렇게 좋으니 독차지하려는 속셈이었을 것입니다. 혼자만 누우려 하지 말고 같이 눕자고요!


누워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신세계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발직하게 누워서 글을 쓰다니요. 그런데 아주 편한 것만도 아닙니다. 한 손가락으로 작은 창을 두드려 겨우 써내려 가야 하는 것은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지요. 엄지족이 아니어서 검지 한 손가락만으로 글을 두드립니다. 컴퓨터로 치면 독수리 타법 같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옛날 사람이라 그런 것은 아니고, 양반은 번잡하게 양손을 쓰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신념 때문이지요. 어이쿠 옛날 사람 아니라고 했은데 아주 옛날 옛날 사람이었네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세찬 바람에 잠시 춥다고도 느꼈지요. 부는 것은 바깥의 바람뿐 아니라 마음 안에서도 역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새싹 혹은 꽃잎들처럼 역시 바람에 마구 흔들리고 잠시 춥다고도 느꼈지요.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이 춥다고도 느끼는 것은 새싹이나 꽃잎 같은 청춘뿐 아니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이 오래된 나무 같은 옛날 사람이어도 똑같습니다.


야아~ 그런데 누우니 흔들리지도 않고 이렇게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배를 채워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