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은 예로부터 주술적인 존재였습니다. 거북이 등 껍질의 새겨진 모양을 가지고 고대로부터 점을 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침마다 이 거북 등에 오르는 의식은 조심스럽습니다. 네 발의 균형을 잘 못 맞추면 점괘가 이상하게 나올라, 힘을 주고 올라서면 점괘가 틀리게 나올라, 두 발에 균형을 잡고 똑바로 서서 심호흡을 하지요. 그리고 이내 찍히는 숫자에 주목합니다. 그 숫자는 바로 몸무게입니다.
그리고 이 거북이는 바로 체중계입니다. 예전에는 전자식이 아닌 스프링이 들어 있는 듯 한 체중계를 썼었는데 점괘가 잘 맞지 않아서 이 최신 전자식 체중계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거북은 하루 종일 어두운 구석에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아침에 단 몇 분을 일하고는 다시 기어들어가 잠만 자는 매우 비싸게 구는 동물입니다.
스프링 체중계그러나 체중계는 거북이처럼 꽤 오래 사는 동물입니다. 일을 별로 안 해서 그런지 한번 살면 거의 반영구적인 수명을 자랑하지요. 먹이도 별로 먹지 않습니다. 건전지를 한꺼번에 세네 개 씩이나 먹긴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한동안 밥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삽니다.
거북이는 이제 등껍질로 점을 치는 것이 아닌 첨단 전자 거북이인 만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몸무게 점괴를 아침마다 보여 줍니다. 신기하게도 밤에 몰래 먹은 야식을 놓치지도 않고, 조금만 활동을 덜 해도 여지없이 살이 찌고 있다는 점괘로 경고를 날리지요. 기분이 나쁠 경우에는 몸무게뿐만 아니라 체지방까지 알려주어 상처를 주는데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전자 체중계영물인 만큼 이 거북이의 사용법은 그냥 체중계에 비하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체중계가 등 위에 그냥 올라서기만 하는데 비하여 이 영물은 미리 키와 나이와 성별을 알려주면은 몸무게 외에도 체지방을 덤으로 알려주지요. 그러므로 이 거북이를 불러오려면 약간의 설명서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주문을 모르는 낯선 이의 물음에는 쉽게 점괘를 알려주지 않거든요.
이 작은 거북이의 조상은 몸무게를 측정하기 위한 체중계가 아니라 사물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한 '저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울은 거북이 등껍질로 점을 쳤던 것과 비교될 정도로 유래가 깊지요. 기원전 5000년 경 이미 이집트에서 천칭을 이용하여 추를 통한 곡식 같은 것의 무게를 쟀고, 기원전 500년 경에는 로마에서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추의 위치를 움직임으로서 물건과 균형을 통하여 무게를 측정하였습니다.
저울용수철을 이용한 스프링 저울은 1750년 경 고안되었는데, 이것이 이 전자 거북이 이전에 사용하였던 용수철 거북이의 조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압력에 비례하여 전류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응용한 전자저울은 19세기 초에 발명되었으며 거기에 살짝 발을 얹어 몸무게를 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전자 체중계였지요.
이 거북이는 몸무게 정도를 알려주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거나 헬스장에 가 보면 몸무게뿐만 아니라 체지방, 근육량, 비만의 유무와 빼야 될 살 까지 알려 주는 진화된 거북이가 등장합니다. 집에 있는 거북이는 단지 등 위에 살포시 올라가면 되는데, 이 큰 긴목 거북이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의 등에 탄 것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고 옆으로 튀어나온 날개를 잡고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요. 점괘도 더 구체적이고요.
체지방 측정기거북이는 몸무게라는 점괘가 필요치 않으면 별 필요 없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몸무게를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도 없지요. 그러나 인간은 늘 몸무게라는 점괘를 알고 싶어 하고 그것에 불안해합니다. 그러므로 거북이는 인간이 몸무게라는 점괘에 집착하는 한 인간의 곁에 남을 것입니다.
요즈음 점괘는 깜짝 놀랄 정도로 예상보다 많이 나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특히 많이 먹은 다음날은 무서운 점괘가 나올까 봐 거북이 등에 오르기를 주저하지요. 먹은데로 거둘 뿐인데 그래도 점괘는 좋게 나오길 바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