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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노트북

by Emile

이 댕댕이 노트북을 처음 분양받아 데려왔을 때, 이 동물은 집에 있는 가전 들 중 가장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온 동물이므로 특별히 주의해서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일이 떠오릅니다.


가전 들 중 가장 고가에 속하는 동물이라서 이 녀석을 꼭 아끼는 것은 아니지만 이 하얀 강아지는 댕댕이 마냥 졸졸 따라다니고 때로는 품에 안겨서 밖을 구경시켜 달라기도 하는 등 남다르고 소중한 가전임에는 분명합니다. 글쎄요 강아지 중에 품종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지만 명망 있는 국산 댕댕이 정도라고 해 두죠.

노트북은 이전에도 많이 키워봤기 때문에 새로운 노트북을 분양받았다고 해서 설명서를 꼼꼼히 읽지는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동물은 오랫동안 품에 안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왔기 때문에 습성을 잘 아는 편이지요. 이 동물의 단점은 다른 가전들과 달리 수명이 의외로 짧다는 것입니다. 다른 가전 동물들은 10년이 지나도 멀쩡한데 비하여 이 댕댕이들은 처음 한해 정도만 신(新)트북이고 몇 년만 지나면 노견(老犬), 아니 노(老)트북이 되어 버리기 때분입니다. 그래서 헤어지면 댕댕이처럼 애착이 가는 가전인 것이지요.


이렇게 글을 쓰는 문서 작업뿐 아니라 인터넷 서핑과, 영상과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까지 이 녀석이 펼칠 수 있는 재주는 댕댕이처럼 무궁무진 하지만 성격은 꽤 까다롭고 예민한 편입니다. 불러주지 않으면 삐져서 하루 종일 잠을 잘 때도 있지만, 때론 밤을 새워 놀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충전기를 꽂고 먹이도 계속 주어야 하고, 업데이트라는 예방 주사도 시시때때로 맞혀줘야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 녀석은 가끔 카페 같은데 산책하는 것을 좋아라 합니다. 때론 옆에 있는 다른 품종의 댕댕이, 이를 테면 미쿡 품종인 사과 모양 목걸이를 한 댕댕이를 보면 영역 다툼을 하는 듯 으르렁 거리기도 하지만, 대게 다른 품종들의 댕댕이들과는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처음 분양받을 때 카페에 데려가도 괜찮을 만큼의 크기를 고려하여 데려왔기 때문에 댕댕이 파우치에 쏙 들어가고 안고 가도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이 녀석에게는 엄격하게 전기 사료만 주어야지 아무거나 막 먹이면 큰일 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커피나 빵은 이 녀석에게는 치명적이지요. 커피를 마시며 특히 이 녀석을 많이 쓰다듬어 주는데 이 녀석도 커피를 먹겠다고 달려들어 자판에 커피라도 쏟게 된다면 댕댕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빵가루도 이 녀석의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나중에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지요. 만일 이 댕댕이가 커피나 빵을 너무 많이 먹어 버렸다면 가까운 동물 병원, 아니 가전 서비스 센터에 데려가서 심폐소생을 시켜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형견인 타워형 컴퓨터를 키웠지만 요즈음은 집도 좁고 소형 댕댕이에 만족합니다. 마우스선이며 전기선이며 키보드선이며 여러 개의 목줄을 채워야 했던 대형견에 비하여 목줄이 필요 없는 노트북 소형 댕댕이는 돌보기에도 여간 편한 게 아닙니다. 이 녀석은 배가 고파저 전기 충전기로 먹이를 줄 때만 다소 예민해질 때 말고는 목줄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가장 값나가는 동물인 만큼 이 댕댕이 녀석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에 키우던 녀석은 꽤 오래 살긴 했지만 점점 기능을 잃어가다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무척 슬펐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댕댕이로 말미암아 그 슬픔도 잊을 수 있었지요.

이 새하얀 녀석과 추억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글을 쓸 때면 이 댕댕이 녀석이 항상 곁에 있어서 든든합니다. 그래서 자주 쓰다듬어 주고 싶지요.


화면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먹이를 줄 시간인가 봅니다. 이제 잠시 낮잠을 잘 시간이란다. 댕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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