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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31. 2022

말일 밤

예전에는 매월 말일이 되면 무슨 성장통이라도 겪는 듯이 마음이 싱숭생숭 멜랑꼴리 녹아내리곤 하였습니다. 무슨 불안감에서였는지, 무슨 엷은 희망에서였는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네요. 오히려 말일이면 느꼈던 감성은 사라지고 마음은 딱딱해지다 못해 푸석푸석해지기 까지 해서 월말까지 아직 내지 않아 연체금을 물어야 되는 돈은 없는지만 떠오르지요.


아직도 한창 더워야 할 8월 치고는 믿을 수 없이 선선한 바람이 스며들어 한편으로는 가을의 호사를 일찌감치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끈적한 싱숭생숭 멜랑꼴리함은 사라지고 너무 맑은 차가운 기운만이 남아 아쉽기도 한 밤입니다.


얄상한 초승달 만이 자기아직 어리기에 8월의 말일밤 하늘과 빛나는 별 사이를 총총거리며 휘젓 다녀야 하겠다기에, 너는 실컷 그러라고 나는 자정이 오기 전에 겨우 이것만 쓰고 자야겠다고 하는 말일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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