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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11. 2022

왕의 시대는 저무는가? (2)

왕이 있는 국가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로 '왕의 시대는 저무는가?'에 대해가 관심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직 '왕이 있는 국가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왕'이 존재하는 '군주제'는 '공화제'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최고 권력인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과 달리 주권이 1인 '국왕'에게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은 '군주제'와 '공화제'가 타협하여 절대 군주제도, 절대 공화제도 아닌 '입헌 군주제'를 채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권은 왕에게 분리하여 국민에게 부여하고, 왕은 상징적이고 형식적인 권리를 갖고 남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직도 '왕'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깊이 행사하거나,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던 프랑스 루이 14세의 체제를 여전히 표방하고 있는 나라도 남아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은 익히 알다시피 '프랑스혁명'에 따른 '왕'의 종말을 보고 식겁했다가 많은 권리를 내놓고 '왕'의 자리를 유지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영국을 비롯하여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바티칸 등 12개국에 이르는 나라에 '왕'이 버티고 있는 '왕'들의 천국입니다. 바티칸은 교황을 왕으로 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습제가 아니라는 면에서 왕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위상은 아직까지 태초의 '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아는 일본을 비롯하여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부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북한 등 12국입니다. 특히 사우디와 바레인은 입헌도 아닌 '절대왕정'이라는 면에서 진짜 '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은 '왕'이라 부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왕'의 권한을 누리고 절대권력이 세습된다는데 사실상 절대왕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오랜 식민 통치로 왕이 별로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모로코, 레소토, 에스와티니 등 3개국에 왕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캐나다를 비롯하여 그레나다, 바하마 벨리즈,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키츠 네비스, 앤티카 바부다, 자메이카 등 8개국에 이르지만 모두 영연방에 따른 왕을 삼고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왕'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오세아니아는 호주를 비롯하여 뉴질랜드, 솔로몬 제도,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통가 등 6개국입니다. 그러다 여기도 모두 영연방 왕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왕'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만하면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전 세계 '왕'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만큼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의 왕이 아직도 영국 '왕'이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왕의 시대가 저무는 것'은 결국 영국 왕의 시대가 저무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은 공화제를 대표하는 최고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달리 국민으로부터 치열한 선거를 통하여 선출될 필요도 없는 데다가, 자식에게 세습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선망하는 '꿈'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꿈꾼다고 될 수도 있는 자리도 아니고 오직 출생을 통해서만 승계 서열 1위, 2위 등 순서가 매겨지지요. 그리고 그 자리는 앞 왕위 계승 서열 앞 순위자의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왕'이 있는 국가에서 태어나면 태어날 때부터 '왕족'으로 태어나지 못해 벌써 '평민'의 신분을 얻는 것입니다. '왕'이라는 제도는 사실상 오늘날 거의 사라졌다고 여기는 '신분제'의 또 다른 표현이지요. 그래서 내가 왕이거나 왕의 자손일 때는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부패와 사치를 일삼는 왕실을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43년을 선고받기도 했으며, 만우절에 국왕을 농담거리로 삼거나, 반정부 시위에 가담해도 '왕실 모욕죄'로 처벌받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왕'을 동경하고 '왕'이 될 수 있다는 꿈은 깨는 것이 맞습니다. 단 '왕'은 절대 못 되지만 '왕족'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결혼'을 통해서 인데 '신데렐라'가 그 꿈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래서 그 판타지 때문에 아직 '왕'이 있는 나라가 계속 존재하고 드라마에서 '왕'이 계속되었다는 가정의 드라마가 나오는 이유이겠네요.


저도 그것이 아쉽습니다. 그때 태어났으면 저도 '왕족'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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