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
밤에는 날씨가 꽤 선선해졌습니다. 바람이 부니 금방이라도 한기가 느껴지며 떨리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긴팔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이런 여태 나만 반팔이네요.
나만 아직 젊은가 봅니다.
신호등 아래서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팔짱을 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오 옵니다.
"그래 팔짱 끼기 좋은 계절이지"
여름에는 덥고 끈적거려 팔짱을 끼려 하면 질겁일 텐데 이제부터는 팔짱을 끼기에 참 좋은 날씨가 시작된 것입니다.
나도 살포시 팔짱을 껴 봅니다.
팔은 다행히 두 개라서 혼자서 팔짱을 낄 수가 있지요.
그런데 뭔가 아쉽습니다.
자기 팔을 놔두고 굳이 남의 팔에 팔짱을 끼는 이유는 자기 팔로 팔짱을 끼기에는 팔이 조금 짧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짱을 혼자 끼면 표정이 불편해 보이지요.
긴팔 원숭이는 혼자서 팔짱이 잘 끼워져서 모르겠지만, 짧은팔 인간은 서로 팔짱을 끼워 따뜻함을 나누는 것이지요.
내일은 저도 긴팔 옷을 꺼내야겠네요.
그리고 어디 팔짱 혼자 못 끼고 나무도 잘 못 타는 짧은 팔 원숭이를 찾아 도와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