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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09. 2022

700억은 첫째, 둘째, 셋째 얼마씩 나눠야 할까?

feat 드라마 작은 아씨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종영하였네요. 끝까지 긴장감 있는 전개가 돋보였던 드라마였습니다.


'작은 아씨들'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스토리는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 소설과 어떻게 전개가 비슷할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고모할머니가 등장하면서부터 "원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도 돈 많은 대고모님이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매회 방향을 비틀면서, 전개가 산으로 가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원작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거듭한 끝에 산에서 무사히 내려온 듯합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세자매가 아니라 네자매였네요.

작은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콧

하지만 '작은 아씨들'하면 소설보다는 영화로 보았던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윅 감독 2020)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에서는 그 당시 여류 작가라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 작가가 되고 싶었던 둘째 조(시얼사 로넌)의 스토리가 무척 인상 깊었거든요. 특히 조(시얼사 로넌)와 로리(티모시 살라메)가 어둠 속의 댄스 장면은 아직까지도 참 아름답게 기억되는 영화였지요.

작은아씨들 / 조(시얼사 로넌)
작은아씨들 / 조와 로리의 어둠 속에서의 댄스

늘 그렇듯 이번에도 드라마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줄거리와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다른 글을 찾아야 되고, 스포일러가 두렵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글이지요.


작은 아씨들에서는 세자매가 나옵니다.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세자매이지요. 그런데 태어난 순서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서에 따라 독특한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첫째 오인주(김고은)의 성격은 맏이로서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전력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바로 드러납니다. 책임감은 있지만 때론 동생들한테 대책 없이 큰 소리를 치는 스타일이라 할까요. 맏이는 일찍부터 권력의 후계자답게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꽤 힘든 상황에 놓이게도 됩니다. 그렇다고 동생들에게 대놓고 의지할 수도 없고 난감한 처지이지요.

첫째 오인주(김고은)

둘째 오인경(남지현)은 셋 중 제일 욕을 많이 먹은 캐릭터였는데, 가장 똑똑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정의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속한 만큼 언니와 동생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의라는 개인의 목적과 신념을 달성하기에 바쁘지요. 제일 똑똑하다면 집안을 생각할 법도 한데 역시 언니보다는 책임감은 덜 합니다. 그보다는 맏이의 역할도, 막내의 역할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중간자의 입장과 닮아 보이지요.

둘째 오인경(남지현)

셋째 오인혜(박지후)는 천재적 예술적 재능을 갖었지만 언니들의 돌봄이 부담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벋어나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세상의 풍파에 더 시크하고 사실 언니들의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설픈 언니들이 챙김을 받느니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났겠다고 생각하며 오직 나만 생각한다지요. 언니들보다는 친구에게 더 애정을 드러냅니다. 물론 어려울 때는 언니들을 돕고 싶고 빚진 마음은 가득하지만 적극성은 떨어져 보입니다.

셋째 오인혜(박지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자매의 일원은 아니지만 외동인 박효린(전채은)이 등장합니다. 부잣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항상 외로운 존재이지요. 부모의 관심이 나 하나에 집중되는 것도 부담스럽고, 애써 거기에 맞추어 살긴 하지만 언제나 부모로부터 벋어 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매 같은 친구를 더 의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면에서는 겉으로는 다정하지고 여리지만 싸울 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혜 친구 박효린(전채은)

첫째, 둘째, 셋째 태어난 순서에 따른 일반화는 절대 아닙니다. 그냥 드라마 이야기이지요. 그래도 역시 태어난 순서에 따라서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듯합니다. 첫째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권한과 책임감이라는 의무의 상충, 둘째라는 맏이와 막내 사이에 끼여서 양쪽을 어떻게 이용하냐에 따른 불리함과 유리함의 공존, 셋째 막내는 관심에서 멀어진 자유로움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나친 간섭 사이에 놓인 독립과, 의지의 모순이라는 욕구 말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외동이 차라리 많은 시대이지요. 세자매는 꿈꿔도 이루기 힘든 세대입니다. 외동은 깊은 관심을 받고 자라 천진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깊은 외로움과 더불어 이기심도 또한 가장 높은 존재 이거든요.


그렇다면 몇째로 태어나는 것이 좋은가?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맏이 남자는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기피 일 순위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유산과 지위를 상속받았던 시대를 생각하면 맏이인 세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 었던 때도 있었지요.


한편으로는 형제자매끼리 나누느니 외동으로 태어나서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 가장 좋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눌 것이 많은 집, 이를테면 재벌의 경우는 외동이 가장 속 편하지요. 무늬만 형제자매와 경쟁할 필요 없이 그냥 왕세자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첫째, 둘째, 셋째가 위력을 가장 발휘할 때는 바로 세 자매가 어려움에 힘을 합칠 때가 됩니다. 평소에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관만 하는 지긋지긋한 존재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혹은 외동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위기에 순간에는 이 부모의 셋으로 나눠진 일부는 각 역할에 맞는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힘을 합치기는커녕 분열할 경우는 이 반대입니다. 차라리 없으니만 못하지요. 물어뜯고 싸우기만 하면 차라리 외동이 났습니다. 재벌집의 경우 힘을 합치기 애당초 어렵기 때문에 외동이 나은 이유입니다. 너무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잘났어도 힘을 합치기 힘든 법이거든요.

가방에는 20억원 쯤 들어가나 봅니다

그래서 700억원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700억원을 썸남과 6대 4로 나누기로 했으므로 4인 썸남분 280억원을 제외하고 6은 420억원이 됩니다. 그러면 이를 세자매가 공평하게 딱 나누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차등으로? 그런데 420억원이 아니라 4만2천원이면 이것을 똑같이 나누지 않고 고생했으니까 첫째 큰 언니 3만원 둘째 작은 언니  1만원 막내 2천원 이렇게 나누면 그렇게 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420억원의 경우는 다르지요. 420억원을 그렇게 쪼개 주면 큰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요. 300억원, 100억원, 20억원이면 이제 전쟁입니다.


그래서 다음 생에는 몇째로 태어나고 싶은가요?

이제 700억원을 어떻게 나눌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웬만하면 외동으로 태어나서 나눌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이번 드라마에서 원작과 달리 네자매가 세자매로 줄어든 것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작은 아씨들'에서는 두자매, 그다음에는 '작은 아씨'에서는 외동이 단독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형제자매에게 잘해야 할 이유이네요. 앞으로 그런 형제자매 갖고 싶어도 갖기 힘들거그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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