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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04. 2022

나는 아주 나쁜 서평가다

이래서 빌런을 하는 것이군

어느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서평 쓰는 꿀팁'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책을 읽고 그냥 느낌을 쓰면 되지 저런 것에 팁 까지 주어야 하나?"라고 생각도 되었지만, 혹시 꿀이라도 떨어질까 내용을 한번 들여다봅니다.


아아! 그런데 꿀팁에 의하면 '저는 아주 나쁜 서평가'였네요.

꿀팁의 방법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지금껏 마음대로 서평을 쓰고 있었으니까요.


대충 저의 잘못을 이실직고하자면,

책 제목은 안드로메다에 보내 놓고 제목으로도 쓰지 않고 내 멋대로 지은 제목바꿔 붙여 놓았고,

책에서 무척 중요하다는 저자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알랭 드)'보통'은 한번 언급해 본 기억이 납니다만,

페이지 양이나 책의 가격 같은 것은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고,

책의 내용의 요약하거나 줄거리를 알려주기는 커녕 나 몰라라 하고 다른 생각들만 잔뜩 써 놓았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사진으로 올리는 것은 싫어하기까지 하고,

마지막에는 주제넘게 책에 별점도 아닌 내 맘대로 $점을 박하게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가르쳐준 대로 꿀을 빨아먹을거냐고요?아무래도 꿀벌은 어려울 듯 싶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책의 내용보다는 그에서 파생되는 생각들을 남기고자 하는 취지에서였지요. 그래서 책의 내용이나 요약을 기대하고 들어왔다가 사기를 당하고 나갔을 수많은 이들에게 살짝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평에 있어서만큼은 아무리 꿀팁이라 해도 전혀 지키지 않은 '아주 나쁜 서평가'로 남기로 하는 것이지요.

책의 내용이나 요약 같은 줄거리가 있는 서평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책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 읽고 내용을 몸소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기거든요.

즉 "궁금하면 직접 읽어봐" 주의지요.

다만 책을 읽고 나누고자 하는 것은 그 내용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나서 나름대로 다 다른 각자의 생각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나 할까요. 그것들은 같은 마음으로 공감이 되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내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전혀 다른 다양한 생각이길 바라지요.


"슈퍼히어로가 좋은데 왜 빌런을 하나?" 했는데 이래서 빌런도 하는 것이었군요.

꿀은 아깝지만 아무래도 책을 읽고 남기는 서평은 계속 빌런의 글쓰기가 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드네요.


그래요 여전히 "나는 아주 나쁜 서평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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