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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4. 2021

E's 북 : 기획자의 생각식당

생각으로 돈을 버는 기획자의 발상법 ($$$)

한줄 서평 : 요리에 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기획계의 숨은 고수가 분명한 듯

내맘 $점 : $$$ (생각의 유명 메인 코스 요리를 간편식으로라도 음미해보고자 한다면, 그래도 맛은 좋더군요)

김우정 지음 / 홍익출판 미디어그룹 (2021. 05)



$ 메뉴판 또는 목차


기본 메뉴 3가지 + 추가 메뉴

통찰력 라떼 : 60분, 통찰력 훈련 방법 티타임, 7만7천원
컨셉 브런치 : 90분, 컨셉상담 점심, 11만원
경영의 양식 : 180분, 경영코칭 저녁 코스, 22만원
이름 미식회 : 추가 메뉴
습관의 참맛 : 추가 메뉴


$ 생각을 파는 식당


이 책은 기획책일까 요리책일까요? 우선 목차가 위와 같이 메뉴판처럼 되어 있습니다. 위 다섯 가지 코스별로 각 소제목과 이야기들이 요리 재료처럼 들어가 있는 형식이지요. '기획자' 답게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저자는 생각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생각을 파는 식당'을 직접 열어 보기로 합니다.

아이디어를 얻고 나중에 밥을 사는 대신에 아예 아이디어를 밥값에 얹어 팔아보기로 한 것이지요.


$ 책으로는 주문이 안된다고? 이건 반칙이지


여기까지는 신박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식당은 배달은 안되나 봅니다. 적어도 책으로는요.

저 정식 메뉴 이야기를 들으려면 매장에 가서 직접 메뉴를 골라야 하나 봅니다.

광고판을 돌렸는데 배송은 안되다니 이건 반칙이지요.

메뉴판엔 있는데 정식 메뉴는 주문이 안되고, 책의 내용은 아마 마트의 간편식 정도가 되겠네요.

대신 간편식은 하나만 시키는 것이 아니고 세트로 저 메뉴에 있는 거 다에 다가 추가 메뉴까지 다 주겠다고 합니다. 

성찬을 기대했는데 허기지니 일단 먹어 봅시다.


$ 맛도 있고 싼 처음 메뉴가 제일 낫더이다


첫 번째 장의 '통찰력 라떼'가 가장 저렴하고, 세 번째 장의 '경영의 양식'이 제일 비싸므로 뒤로 갈수록 내용이 더 맛있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티타임 같았던 '통찰력 라떼' 이야기들이 가장 맛이 있더군요. 비싼 메뉴의 기름지고 텁텁함 보다는 간결하고 깔끔한 요리가 땡겼나 봅니다.


간편식에 덤으로 끼워준 '이름 미식회'와 '습관의 참맛'은 과유불급이었던 듯 하지요.

백종원 아저씨가 항상 메뉴의 종류를 줄이도록 조언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곤 합니다. 핵심적인 것에 집중할 때 식당의 본질도 드러나고,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도 그 음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 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3가지 메인 메뉴를 고수했어야 싶었지 않나 싶네요.

그래도 새로운 메뉴에 대한 개발에 도전은 늘 필요하긴 합니다..


$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던 기획자


요리의 배송 실패와 메뉴 늘리기에는 저자가 요리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던데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요릿집 답지 않게 저자는 메뉴 이름 앞마다 영화 대사들을 빠짐없이 옮겨 놓았지요.

영화 기획자도 물론 기획자 이긴 합니다만, 그것을 '영화감독'이란 다른 이름으로 부를 뿐이지요.

이번에는 영화 대사를 메뉴에 살짝 끼워 넣기만 했지만 다음에는 저자의 책이 영화 이야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요리 이야기와 음식도 괜찮았지만요.


저자는 이번에는 요리사로 위장하여 음식에 칼을 휘둘렀지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숨은 내공의 기획자가 분명한 듯합니다. 

그래서 문체가 수려하고 쉽게 읽히는 게, 요리로 내 놓아도 역시 부드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매장에 가서 저 정식 메뉴 90분짜리 '컨셉 브런치'를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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