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 당연하게 들어 봄직한 말이지만그래서 출처를 찾아보니 중국 당나라 때 백장 화해선사가 실천한 "일일부작 일일불식"의강령이라고도 하고, 성경의 고린도후서에 나온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라는이야기에서 연유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일하지 않고 '노는 것'에 대해 우리는 뿌리 깊은 경계심이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것에 대한 뚜렷한 목적도 없었는 듯합니다. 일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노는 것은 나쁜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덧 장래 희망이 '취직'인 시대에 살고 있는지모릅니다.
그에 비해 휴가를 한두 달씩 떠난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처음에 충격적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들은 "놀기 위해서 일한다"라는 분명한 일의 목적이 있었으니까요.우리는 일하기 위해 겨우 좀 쉴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 부부 중 한 명도 아니고 둘다 놀고 있는 나쁜 부부가 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를신봉하는 족속에게는부부를 쌍으로 당장 굶겨야 할 나쁜족속인 것입니다.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제목은 확실히 두배로 끌어당기는 묘미는 있습니다. '그래 얼마나 나쁜 정신 나간 부부이길래 둘 다 놀고 있는지 좀 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이 책을 집어들 수도있으니까요.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일하는 것은 '좋음', 노는 것은 '나쁨'에 결코 속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보니 목적도 없이 일하고 있었고 그것이 숙명인 듯 받아들였지만 사실은 노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 매우 바람직한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랄까요? 실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라고 강변하는 이들은 놀면서 더 잘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분한 것이기도했습니다.
저자도 근 20년간 일을 해 왔으니 이제 당당히 쉴 만도 했겠습니다. 그래도어디 쉽게 쉴 수 있겠습니까? 자식들에게 좀 더 뒷바라지도 해 주기 위해서, 또는 놀면 호구지책이 어려워서, 혹은 노는 법을 잊어버려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만난 저자의 아내는 쿨하게 그래 이제 좀 쉬라 하면서 같이 놀자 합니다. 자식 같은 고양이도 같이 노는데 불만이 없는가 봅니다. 그렇다고 놀만한 처지도 아납니다만 그럴만한 상황이 살아생전 과연 올 수나 있을까요? 그런데 일만 하던 저자는 뭐 이런 늦깎이 홍복을 만나 낭만적인 삶을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의 내용 중 저자가 깊이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계획에 따라 수고하고 일하는 삶도 물론 존중받아야겠지요. 하지만 계획에서 늘 벗어난 것이 삶이고 계획대로 놀 수 있지 아니한 것도 삶이지요. 그러므로 놀 기회를 만들어 일만큼더욱 잘 놀아 보아야 하는 것도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오는 날 집에서 혼자서 책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저자는이제 그것을 합니다. 이 문장에 놀고 있는 저자의자유와 기쁨이 함축되어 있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짝을 찾아마음이 맞는 아내와 그것을 같이 하고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요? 역시 혼자 노는 것보다 마음 맞는 이와 같이 노는 것은 더더욱 신나는일이니까요.
그래서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비로소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질이었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