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에 얼룩말이 있었다는 것도 의아한데 얼룩말이 그곳을 탈출했다는 소식에 더욱 놀랐습니다.
얼룩말은 동물원을 벋어나 마음껏 한번 달려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막상 탈출해 보니 초원이 아니라 도심 속 차들이 그득히 달리는 것을 보고 놀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자보다 더 무서운가 차들이 뒤를 자꾸 쫓고 있었으니까요.
차 떼들을 피해 골목길로 들어서자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안심이 되었을까요? 잠시나마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것을 보면 신나게 달린 기쁨이 묻어나는 듯하네요. 차들과 나란히 달리며 서울구경을 제대로 한 기쁨에 두려움마저 잠시 잊을 수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얼룩말은 그리 긴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생포되어 동물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 서울 도심을 달리고 사진도 찍히고 기사도 장식했던 얼룩말의 도전은 그래도 기쁨의 하루로 기억될까요? 아니면 역시 집 떠나니 몹시 피곤했던 하루로 기억될까요? 피곤과 두려움보다는 기쁨과 자랑스러운 하루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실은 우리도 얼룩말이지요. 사자가 무서워 초원을 마음껏 달리지 못하는 동물원의 얼룩말입니다. 얼룩말의 얼룩은 초원에서 달려야진정한 명품으로 인정받지요. 독보적인 얼룩무늬가 초록의 평원을 가르는 모습은 사자가 보아도 장관일 것입니다. 그러나동물원에서는 그냥 말 보다도 낫다고 할 수 없는 존재이지요.얼룩말은얼룩무늬를 마음껏 뽐내며 초원을 달리고 싶습니다. 사자에게 쫓긴다 하여도 초원을 달리며 얼룩무늬를 마음껏 뽐내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얼룩말의 삶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