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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13. 2023

봄비를 부르는 콧노래 소리

어디선가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뭐야 로또라도 맞은 거야? 뭣이 좋다고 공용 실내 공간에서 콧노래야!'


흥얼대는 콧노래 소리가 약간 귀에 거슬립니다.


'이보슈 콧노래는 집에 가서 혼자 부르시라고. 내 그럴 기분이 아니니'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뭐 딱히 그렇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로또를 맞은 건 아니지만 그깟 콧노래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지요. 그리 기분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일의 평온한 아침이었으니까요.


'나도 콧노래를 한번 불러봐?'


물론 상대방의 콧노래에 맞추어 콧노래를 따라 부르면 놀라서 콧노래를 멈추고 줄행랑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콧노래에 더 높은 화음 콧노래로 내가 더 기분이 좋다는 것을 노래하는 것이죠. 마치 새들이 더 큰 소리로 지저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말 그랬다가는 콧노래를 시작한 사람보다 더한 눈총을 받으며 쫓겨날 것이 분명하겠지만요.


그래요. 당신은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나는 콧노래가 나오지 않는다고 기분 나빠할 일은 아니지요. 여기저기 콧노래 소리가 들려온다면 좀 징그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봄인데 콧노래를 부를 일이 많아지면 좋겠지요. 콧노래보다는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의 표정이 훨씬 일반적이어서 콧노래 소리가 낯설게 느껴진 것뿐이니까요.

어느덧 창밖으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콧노래 소리는 아마 봄비를 부르는 노랫소리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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