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설날
어느 때 보다도 이번 긴긴 명절 연휴, 지금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들여다보고 있는 핸드폰만 일주일 내내 처다 보다가 더 피곤한 상태로 악몽에서 눈뜰 수 있다는 슬픈 예감을 믿으셔야 합니다.
임시가 되었던 정시가 되었던 공휴일 공짜로 뿌리겠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냐만은, 이번 연휴는 절대로 경기진작이나 내란후스트레스장애 위로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조금만 쉬겠다 해도 경제가 어쩌고 기업이 저쩌고, 노는 꼴 내 쌍꺼풀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못 보겠다고 쌍심지를 켰었는데 갑자기 위한 척을 하며 쭉 쉬라고 하는 데는 다 불순한 꿍꿍이가 있고도 남을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놀든 어떠하고 저렇게 논들 어떠하리오. 이 몸이 놀다 죽으면 때깔도 좋다하리인데 이번 기회에 죽다 깨어날 만큼 놀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노는 것도 놀아본 한량이나 노는 것이지요. 명절이면 문 앞에 선물이 끊임없이 배달되어 수북이 쌓이는 갑은 놀아도 기쁘긴 하겠더이다. 그러나 놀새 없었던 을은 명절이라도 놀기는 커녕 그 나물에 그 밥 찾아 먹기도 버거운 것이라서요.
더군다나 명절은 여느 휴가와 달리 그냥 노는 때가 아닙니다. 차라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의 순간들이지요. 명절 연휴가 끝나면 이혼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잔잔한 일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연휴를 이렇게 늘려 놓았다니 시빌워는 불가피해 보이고 사상자는 급등하겠지요. 허례와 허식의 전쟁을 치러야 하고 고부갈등을 비롯한 부녀의 난, 모자 반정, 재산다툼, 대학 입학과 취업 비교, 내란과 외환, 이념 갈등, 종교 전쟁 등 바람 잘 날 없는 것이 명절이니까요.
그래서 명절에는 차라리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체 템플스테이를 갖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며칠씩 걸리는 고향을 겨우 명절이 돼서야 방문할 수 있었고, 못 먹은 맛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때가 바로 명절이었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요? 어디든 금방 도달하고 통화 다 되고,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문제지요. 차라리 공양식으로 명절에는 더 소소하게 먹는 것이 계획에 없었던 배가 남산만 해지는 가짜 임산부가 되는것을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명절연휴에 책을 읽겠다는 결심도 도로아미타불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명절에는 시간이 있어도 이상하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요.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결국 남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산책 한 바퀴씩 돌면, 보는 것과 다니는 것이 결합하여 해외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내지요. 어차피 여행은 보며 다니는 것이니까요. 김밥을 먹으나 김과 밥을 먹으나 배속에서는 똑같아지는 원리이지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글을 몇 개 써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주어지면 더욱 써지지 않는 것이 글이지요. 그래도 봉창을 두드려 봅시다. 책도 읽기 힘든데 글을 어떻게 쓰겠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만이 명절이 아니지요. 글로 만들어 나누면 더 간결하지 않겠습니까? 음식은 배로 들어가 사라지거나 가치가 확 떨어져 나오지만 글은 결국 남아서 약이 되거든요. 차 한잔 우려 놓고 뭐라도 쓰다 보면 연휴가 끝나도 뭐라도 남아서 새해엔 뭐라도 될지 모른다고요.
그러고 보면 긴긴 명절일수록 더 만나고 더 먹고 크게 뭔가를 하기보다는 이제는 떨어져서 덜 먹고 오히려 소소함을 찾는 것이 이혼을 비롯한 갈등과 전쟁을 방지하는 남녀펑등, 세대통합, 좌우합작, 종교화합, 평화의 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놀아서 남아도는 힘 엉뚱한데 쓰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글로 쓰시지요. 그것이 긴긴 명절 연휴에서 어쩌다 휴대폰만 바라보다 끝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