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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28. 2023

트럼프 셔츠를 살까? 김정은 셔츠를 말까?

feat 트럼프

최근에 두 종류의 셔츠가 나란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셔츠의 주인공들은 한때 상견례까지 갔다가 파토를 내고 헤어진 커플이었다는 연결고리가 있었지요.

먼저는 트럼프 셔츠입니다. 트럼프는 이번에 새로 찍은 머그샷을 이용해 셔츠는 물론 각종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원래 머그(Mug)는 커피 같은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 위한 손잡이가 달린 잔을 의미하지요. 18세기 얼굴 부조 양식의 머그잔이 유행했는데 머그샷(Mug Shot)이란 명칭은 여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머그샷의 의미는 피의자 식별용 얼굴사진을 찍었다는 것이고, 이는 범죄 혐의로 구금이나 기소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인권을 들먹이며 머그샷을 잘 공개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 화끈하게 공개하지요. 그가 대통령이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 트럼프 머그샷의 표정을 처음 보는 순간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상 깊은 표정으로 한껏 노리고 있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런 머그샷 마저 창조적 돈벌이로 활용하는 트럼프의 마케팅은 탁월하지 않다 할 수 없습니다. 이 머그샷으로 벌써 100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벌었다고 하니까요.


다음으로는 김정은 셔츠입니다. 꽃길만 걷자고 하네요. 트럼프처럼 노리고 찍은 것은 아니라서 인상은 강하지 않지만 검정 옛날 전화통 헤어 스타일은 어필이 가능할 듯도 싶습니다.  


그런데 이 셔츠는 100억 원은 고사하고 고발당해 판매 중지지요. 뭐 반국가 단체의 수괴를 찬양 고무하여 국가 보안법 위반하는 이적 표현물이라 그렇다 하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을 판 쿠팡, 네이버는 공산당 빨갱이 이적 단체일지도 모릅니. 그동안 쿠팡에서 배달시킨 공산당의 동조자들도 모두 밝혀내하겠지요. 네이버로 검색을 하며 녹색으로 위장해 온 빨갱이 세력을 모조리 검색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저 '꽃길' 당치도 않지요. 안 어울려요. '이라우'라는 말투도 거슬렸다 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사진의 주인공김정은이나 북한 보위부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단체들이 고발의 주체라는 것입니다. 수령님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희화화했다고 북한에서 쿠팡과 네이버를 테러하겠다고 겁박할 만 한데, 오히려 한국의 단체들이 나서서 김정은의 초상권을 보호해 주고 수령님이 사진이 불경하고 욕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면은 이 단체들의 사상 또한 의심해 볼 수밖에 없지요. 과연 어떤 것이 이적 행위인지 아리송합니다. 혹 이미 위장하여 침투한 공산당 앞잡이 세력은 아닐는지요?


차라리 트럼프의 머그샷은 분명히 사용을 막아야 될 사진으로 보입니다. 머그샷은 분명 범죄 혐의자의 사진을 뜻하는데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문제가 있지요. 오히려 판매를 막아달라고 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벌써 짝퉁 트럼프 머그샷 셔츠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 오리지널 자유의 국가는 김정은이 울고 갈 레알 자유의 나라인가 봅니다.


가격은 트럼프 셔츠가 36달러로 14,900원에 팔고 있는 김정은 셔츠보다 비싸기도 하고 워낙 잘 팔렸다고 하니 일단 트럼프의 1승입니다. 다만 김정은 셔츠는 고발에 의해 판매 중단되었으므로 희소가치가 올라갈 듯도 싶지요. 그래도 트럼프는 머그샷까지 상품화한 반면 김정은은 초상권을 도난 당해 겨우 한국의 단체로부터 본의 아니게 보호받고 있으니 트럼프의 2승, 완승이지요.


이쯤이면 김정은은 열받아서 짝퉁 말고 "오리지널 김정은 셔츠를 날래 만들라우", "내 머그샷인지 머그컵인도 셀카로 찍어서 스노우로 AI 프로필 포토로 변환해 주겄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앗, '라우'라는 표현 쓰면  안돼는데, 어쨌든 쿠팡도 네이버도 팔 수 없는 김정은 셔츠의 오리지널판은 어디서 출시하게 될까나요? 당근 마켓을 추천합니다만.


그럼 이제 트럼프 셔츠를 살까요? 김정은 셔츠를 살까요?

혹 트럼프가 다시 당선이라도 되기만 한다머그샷 셔츠는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하나씩 갖겠다고 가격이 치솟을 것 같지요.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지 못할 경우 한때 김정은과 회담했던 트럼프로 인해 트럼프 셔츠를 사는 것도 김정은 셔츠와 마찬가지로 이적 표현물로 몰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셔츠를 사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공산당 빨갱이로 몰려서 졸지에 간첩으로 취업에 갑자기 성공할 수도 있지요. 쿠팡과 네이버 직원과 동급이 되는 영광을 누리겠지만 아무래도 당근에서 사는 것이 좀 더 안전할 수 있겠습니다. 직거래로 김정은이 아니라 구 버젼 김정일이나 짝퉁 김정남이 아닌지 꼭 확인하시고요.

트럼프 셔츠 말고, 김정은 셔츠 말고 요즘 공산당이나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일본 기시다 셔츠를 손수 프린트해서 입는 것이지요. 여기에 후쿠시마 알프스 핵 사이언스 생수까지 원샷으로 마셔주면 최고의 애국자, 최고의 권력자, 고의 패피, 최고의 셀럽이 될 수 있거든요.


네 웃자고 하는 일이지요. 세상이 너무 안 웃겨서 웃기는 일을 자꾸 만드는 것일 거예요. 그러니 죽자고 덤비지는 말자고요. 어차피 웃다가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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